꽁꽁… 거래절벽 앞에 선 서울 아파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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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지난달의 3분의 2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1월 거래가 전달보다 많던 강남권의 거래도 지난달에 비해 반 토막 나면서 다음 달 수도권에 적용될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여파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하루 평균 아파트 거래건수는 177건으로 지난달(265건)의 66.8%에 그쳤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이전인 지난해 같은 달(220건)보다도 20% 가까이 줄었다.

특히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거래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의 매매건수는 611건으로 지난달(1772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 도곡동에서 이달 서울시에 실거래가가 신고된 거래건수는 각각 3건, 1건에 불과하다.

학령기 자녀를 둔 수요자들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개학을 앞둔 1월 거래건수가 전년 12월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이 지역 1월 거래건수는 전달보다 9% 정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학군 수요자들의 발길도 끊겼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도곡동 렉슬아파트 내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학 전까지 집을 사려던 전세입자들이 대부분 지난해 말 계약을 연장해 연초 매매 문의가 뜸하다”고 전했다.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지난해 이어지던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넷째 주(지난해 12월 21∼24일)부터 4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노원 강동구 등 작년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들 위주로 조정될 기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강남3구 등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달 첫째 주(1월 4∼8일)에만 강남(―0.07%) 중랑구(―0.04%) 등 6곳의 매매 시세가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출 여건 악화에 따른 ‘거래 절벽’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직전에 아파트 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기 전에 주택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돈줄이 옥죄어진 투자 수요자는 물론이고 향후 집값 전망을 어둡게 본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올해 말 연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는 데다 내년부터는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날 예정”이라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악재가 많아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보는 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지난해 서울 전체적으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면서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대출 규모도 더욱 늘었다”며 “금리 인상, 대출 규제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기존 전세를 연장하거나 분양가를 나눠 낼 수 있는 신규 분양 아파트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거래절벽#아파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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