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돈 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돼지 분뇨로 인한 악취·오염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돈 선진국 수준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악취·오염 문제까지 해결한 양돈 농장이 있어 주목된다. 이 농장은 돼지 분뇨를 재활용해 제2의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도입 덕분이다. 충남 논산에 있는 하이포크 봉동농장을 찾았다.
ICT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
국내 최대 사료 생산기업 ㈜팜스코의 직영 농장인 하이포크 봉동농장(대표 오명호)은 농장 용지만 6만7878m²(약 2만533평), 돈사면적 1만6231m²(약 4910평)에 달하는 대형 번식전문농장으로 모돈(엄마 돼지) 3,600마리를 통해 연간 10만1400마리의 이유자돈(젖을 뗀 새끼 돼지)을 생산하고 있다.
이 농장은 2012년 글로벌 양돈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해 220억 원을 들여 ICT 를 도입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ICT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붕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돼 있는 봉동농장 전경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등 양돈 선진국의 평균 생산비는 kg당 1.7유로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12유로로 생산성이 선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봉동농장은 생산비를 1.95유로 정도로 낮추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ICT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
오명호 하이포크 봉동농장 대표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대부분 양돈 선진국이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사육 수준이 요구되고 있다”며 “ICT는 안정적인 사육 성적을 유지하고 글로벌 생산성 수준의 사육성적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밝혔다.
ICT 기술 및 시설을 도입한 봉동농장은 원격 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적정 온·습도와 환기량을 유지하고 청정한 환경까지 조성해 돼지들이 질병에 걸리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건강한 돼지는 더 많은 새끼 돼지를 낳게 되고(분만율 95%) 태어난 새끼 돼지들도 건강해 생산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
이는 지표상으로도 나타난다. 연간 1마리의 모돈이 시장에 출하하는 비육돈의 수(MSY)는 약 27마리(95%)나 된다. 연간 1마리의 모돈이 이유하는 자돈의 수(PSY)는 우리나라 평균이 22마리지만 봉동농장은 28마리로 상당히 높다.
악취·오염 문제 해결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도입한 ICT는 양돈 농장의 가장 큰 문제인 악취까지 해결했다. 가축 분뇨 냄새 제거 설비인 매직X 시스템으로 적정 온·습도를 설정해 놓으면 돈사 내부의 입기량과 배기량이 자동 조절되고 악취를 유발하는 공기를 한곳에 모은다.
모인 공기가 지나는 통로에는 3중 필터가 있어 내부 공기를 정화한 후 밖으로 내보낸다.
그 결과 다른 돈사의 경우 9.3ppm에 달하는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하는 데 반해 봉동농장에선 최저 0.66ppm 농도의 암모니아만이 밖으로 배출된다. 다른 돈사에 비하면 10%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봉동농장은 ICT 기술을 통한 분뇨 처리 자동화로 친환경을 실현하는 동시에 제2의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각 돈사에서 나온 분뇨는 지하로 이어지는 배관을 통과해 자동으로 액상과 고형물로 분리된다. 분리된 액상은 다시 정화를 거쳐 농장에서 돈사 세척수, 조경수 등으로 재활용된다.
고형물은 펠릿으로 제작돼 유기질 비료로 재탄생한다. 분뇨가 밖으로 새어나가 토양이나 하천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오 대표는 “다른 양돈 농장은 분뇨를 처리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는 데 반해 우리는 ICT를 도입한 후 분뇨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오히려 유기질 비료를 판매해 제2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봉동농장은 분뇨 처리를 통해 생산된 유기물을 비료로 사업화하는 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비료 판매까지 이뤄지면 스마트 팜의 완벽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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