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 지방 中企 구한 창조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19일 충북 옥천군 지앤윈 공장에서 박평수 사장(왼쪽)이 단열 코팅된 유리를 들고 단열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지앤윈의 단열 코팅 유리는 한 차례의 코팅으로 외부 열기를 차단해 실내 온도를 8도 정도 떨어뜨려준다. LG그룹 제공
19일 충북 옥천군 지앤윈 공장에서 박평수 사장(왼쪽)이 단열 코팅된 유리를 들고 단열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지앤윈의 단열 코팅 유리는 한 차례의 코팅으로 외부 열기를 차단해 실내 온도를 8도 정도 떨어뜨려준다. LG그룹 제공
19일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위치한 지앤윈 공장. 대지 6270m², 연면적 3000m²에 이를 정도로 공장 규모가 컸다. 하지만 으레 들려야 할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지 않았다. 직원들이 낮에는 영업을 하러 다니고, 밤에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이란다. 어찌된 영문일까.

지앤윈이란 회사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평수 씨(현 지앤윈 사장)는 대학에서 소방화학을 전공한 후 기업의 위험물 관련 인허가 업무를 대행하는 일을 했다. 번번이 내화(耐火) 성질이 부족해 인허가를 받지 못해 스트레스가 컸다.

그는 2006년 아예 실험실을 만들었다. 인허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내화 성질을 가진 물질 만들기에 직접 도전한 것. 그러다 우연찮게 단열 효과가 있는 나노 미립자를 발견했다. 그 성분을 유리에 발라 코팅을 했더니 외부 햇빛의 강한 열기가 실내로 전달되지 않았다. 온도계를 갖다댔더니 일반 유리를 사용했을 때보다 8도 정도 낮았다.

박 사장은 2013년 법인 설립을 했고 지난해 12월 공장을 준공했다. 대형 유리에 코팅할 수 있는 기계 설비도 들였다. 곧 돈방석에 앉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올해 초 공장을 시험가동하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실험실에서 가로세로 1m짜리 유리에 코팅을 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공장에서 가로 3.5m, 세로 2.4m 크기의 대형 유리에 코팅을 했더니 표면이 울퉁불퉁해졌다. 코팅액이 벗겨지기도 했다. 10개에 코팅을 하면 4개(40%)가 불량이었다. 도저히 양산을 할 수 없는 상태. 기술력만 믿고 양산 시스템 구축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

그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충북 센터에 파견된 LG생산기술연구원 소속 전문가 30명이 충북 지역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대일로 맞춤형 지원을 해주던 때였다. 올해 6월부터 LG 전문가들은 지앤윈 공장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많게는 하루 17명까지 공장을 방문했다. 약 3주간 문제를 파악한 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불량률이 높은 원인은 ‘이물질’ 때문인 것을 발견했다. LG는 클린룸 내 공기의 흐름을 분석해 코팅 과정에서 이물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공기 방향을 바꿨다. 불량률이 급격히 내려가더니 현재는 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LG는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공정마다 센서를 달아 불량품 발생 정도를 추적할 수 있게 만든 것. 그리고 이 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연동시켰다. 그 덕분에 박 사장은 외부 출장 중에도 공장에서 불량품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불량품과의 전쟁’을 벌인 덕분에 현재는 양산체제를 갖췄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매출액은 0원이었지만 올해는 1억1000만 원을 올렸다. 내년에 최소 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특히 해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열대지역 국가가 단열 유리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있는 건설업체들이 올해 지앤윈을 방문했다. 캄보디아의 한 건설기업과는 구체적인 금액(143억 원)이 적힌 계약서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박 사장은 “지금은 직원 8명이 밤을 새워가며 공장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계약과 동시에 꾸준히 직원을 늘릴 것이다. 그게 충북 센터와 LG의 도움에 보답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옥천=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중견기업#창조경제#지앤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