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에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10일 집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쌀쌀한 바람에 아직 잠들어 있는 아내와 아이가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보일러 온도를 27도로 높였다. 회의를 마친 오후 3시. 한 시간 뒤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아이가 춥지 않도록 3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보일러가 운전되도록 설정했다. 퇴근 후엔 아이가 학원에 가고 비어 있을 집이 춥지 않도록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켠 뒤 집으로 향했다.
보일러가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일러를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보일러에 이상이 생기면 보일러가 스스로 진단해 앱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고 자동으로 서비스센터에 신고도 한다.
귀뚜라미보일러, 경동나비엔 등 보일러 업체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전원을 켜고 끄기, 온도 조절, 난방 예약, 자가 진단 등의 기능을 갖춘 IoT 결합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스마트 보일러 시장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이 성장하면서 보일러 업체와 이동통신사 간의 짝짓기도 활발해지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달 ‘저녹스(NOx·질소산화물) IoT 가스보일러’ 2종을 내놓았다. ‘귀뚜라미 eIoT’ 앱과 LG유플러스의 스마트홈 앱 ‘IoT앳홈’으로 조작할 수 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사용자의 생활 방식과 외부 온도를 분석해 24시간 온도 스케줄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스마트 학습 기능’과 개별 가전기기의 전기 사용량을 알려줘 에너지 절감을 돕는 ‘홈 에너지 플래너’ 시스템을 연내 추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IoT를 제일 먼저 적용한 보일러는 2013년 경동나비엔이 내놓은 ‘나비엔 스마트톡’이다. ‘나비엔 스마트톡 보일러’ 앱으로 보일러를 조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부터는 LG전자의 가전제품 원격 제어 서비스인 ‘홈챗’으로도 조작이 가능해졌다. 올해 5월부터는 ‘SKT 스마트홈’ 앱을 통해서도 제어할 수 있다.
린나이는 올 초 ‘스마트 와이파이 보일러’로 맞불을 놨고, 대성쎌틱에너시스도 다음 달 IoT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보일러 업체들은 1997년 경동나비엔 ‘따르릉’, 2003년 귀뚜라미보일러 ‘인터넷 명품 보일러’ 등 통신 기술과 연결한 보일러를 내놓았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IoT 보일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스마트홈 내수 시장 규모는 TV와 홈엔터테인먼트, 융합가전, 보안 관련 제품 등을 포함해 올해 10조3757억 원에서 2018년 18조9122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보일러 판매량은 135만5061대로 2013년(119만7905대)보다 13.1% 증가했다. 주택 분양이 활발해진 덕에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였지만 최근 수년간을 보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시장은 횡보 추세였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연간 보일러 국내 판매량의 60∼70%가 교체 수요”라며 “IoT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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