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3조원 증가…금융당국, 자영업자 대출 긴급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8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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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영업자들에 대한 은행 대출이 급증세를 보임에 따라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의 집행 상황과 여신 심사 실태에 대한 공동검사를 벌였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 들어 9월까지 23조3000억 원이 늘었다. 이는 2013년(17조1000억 원)과 지난해(18조8000억 원)의 연간 증가폭을 이미 뛰어넘은 규모다. 올 9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232조6000억 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554조6000억 원)의 42%에 이른다. 정부 통계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는 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빚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숨은 가계부채’로도 볼 수 있다.

한은과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배경과 부실화 가능성에 검사의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장 점검 차원에서 나간 것으로 조만간 검사 결과를 정리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자영업 대출이 쏠림 현상을 보이면 은행 건전성이나 금융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유의해서 봤다”고 말했다.

최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늘어난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창업이 늘어난 데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대출을 받기가 한결 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향후 경기침체로 이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거나 폐업을 하게 되면 빠르게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올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일반 근로자보다 자영업자 가구의 부실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을 인위적으로 막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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