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마니아 여고생 3총사 “스페인 랠리 보다니…” 입이 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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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유스마케팅팀’ 견학 현장

올해 현대자동차 고등학생 모형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뒤 WRC를 참관한 고교생들. 왼쪽부터 허규리 서다연 남원정 양. 프라트디프=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올해 현대자동차 고등학생 모형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뒤 WRC를 참관한 고교생들. 왼쪽부터 허규리 서다연 남원정 양. 프라트디프=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우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스페인 프라트디프의 산속. 현대자동차의 ‘i20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랠리카’가 엔진 소리를 키우며 질주하자 경기 군포시 용호고 2학년 남원정(16), 서다연(17), 허규리(17) 양이 연신 소리를 질렀다. WRC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모터스포츠 중 하나. 거친 산길 같은 악조건 속에서 빠르게 주행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다.

현대차는 2010년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유스마케팅팀’을 만들어 청소년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특히 미래 자동차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고등학생 모형 자동차 경진대회’를 열어 왔고, 올해 처음으로 우승팀에 WRC 참관 기회를 줬다.

경진대회는 험로를 운행하는 WRC를 본뜬 것인 만큼 ‘자동차 꿈나무들’에게 고성능 차 경기 실황과 세계 최고의 정비 기술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모형 차는 대회에서 수로, 경사로, 커브 길 등 총 77m에 이르는 경로를 주행해야 한다.

세 명의 여고생은 경진대회에서 가재 모양으로 디자인해 발사나무를 깎아 모형 차를 만들었다. 이들은 모형 차에 5g짜리 추 3개를 달고, 커브 길 걸림 방지를 위해 바퀴 옆의 롤러를 낮추는 등의 ‘정비’를 한 끝에 우승했다.

이날 스페인에서는 모형이 아닌 실제 험로에서 고성능 차가 주행한 뒤 현대모터스포츠팀 서비스파크에서 정비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서 양은 “나도 신차를 개발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정비를 하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의 주요 기업을 연구하다 ‘유스마케팅’에 주목했다. 코카콜라, 나이키처럼 어린 시절부터 체험하며 애착을 가진 브랜드는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착안한 현대차도 청소년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울산, 전주, 충남 아산의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아니라, 경기 성남시의 직업체험관인 ‘한국잡월드’에 현대자동차관을 만들어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이 친숙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자동차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모터쇼가 열릴 때 어린이 고객을 위해 ‘키즈 존’을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대학생에게는 ‘H-마케팅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마케팅 실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현대차를 18분의 1 또는 38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인 미니카, 자동차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으로서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역이 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교생 모형 차 경진대회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 주고 있다.

허 양은 “모형 차를 만들면서 자동차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남 양은 “대회 우승을 계기로 학생들을 모아 교내 자동차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며 웃었다. 대회 참가 신청을 한 팀은 2012년 120팀, 2013년 550팀, 지난해 625팀, 올해 677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차 마케팅전략실장 최명화 상무는 “경진대회 수상자들이 현대차그룹 산학협력 전문 기업인 현대엔지비가 주최하는 ‘대학생 자작 자동차 경진대회’에도 참가하도록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래 자동차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프라트디프=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여고생#스페인#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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