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4대 개혁, 우리 아들딸들을 위하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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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낙바생’이라는 신어(新語)가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힘든 취업 관문을 통과한 취업 준비생’을 지칭한다. 우리 청년들의 좌절과 눈물이 서려 있는 말을 들으며 경제부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돌이켜 보면 한 세대 전의 취업 시즌에는 ‘입도선매(立稻先賣)’란 말이 회자됐다. 당시 기업들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졸업도 하기 전에 선발하던 관행을 수확 전 논에서 크고 있는 벼를 미리 매매하는 데 빗댄 것이었다.

어쩌다 한 세대 만에 청년취업이 이리도 어렵게 되었는가. 우리가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 아래서 100만 명이 넘는 청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금융 부문은 성장이 정체되며 일자리가 10만 개 이상 줄었다.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교육 탓에 대학 졸업자들은 일자리 부족을, 기업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방만한 공공 부문은 청년의 미래에 무거운 짐을 더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 우리 아들딸들의 미래를 위해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해야 한다. 가장 절박한 과제는 노동개혁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지 않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지속적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 연장으로 청년 ‘고용절벽’이 닥쳐온다. 1차로 세대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상생 고용 등 36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임금피크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능력 중심의 인사운용 등 남은 과제들의 추진이 시급하다. 최근 노사정이 어렵사리 대화의 장에 다시 모인 만큼 조속한 합의를 기대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다.

교육개혁은 일자리 개혁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핵심은 산업현장의 수요와 대학교육의 불일치로 인한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다. 우선 학과·전공 단위로 분류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산업현장 수요에 따라 학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발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선도 대학에는 예산 지원을 대폭 늘려 대학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금융개혁은 낡은 제도와 관행, 보신주의에 젖은 금융에 새바람을 넣는 작업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등 새 금융모델을 도입해 혁신의 불을 지필 것이다. 코스닥시장을 유가증권시장과 분리해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및 회수시장에도 활력을 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을 창업벤처 기업의 동반자로서 일자리 창출의 주춧돌이 되게 할 것이다. 금융산업 자체도 질 좋은 일자리의 보고가 돼야 한다.

공공 부문은 그간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개선 노력을 한 결과 7년 만에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향후 70년간 497조 원의 세금 절약도 기대된다. 앞으로 2단계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국가보조금 누수를 철저히 차단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개혁의 성공은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와 타협에 달려 있다. 선진국들은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회적 대타협으로 개혁을 이뤄 청년에게 일자리를 되찾아 줬다. 영국의 대처리즘, 독일의 하르츠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이 대표 사례이다. 우리도 노사정 대타협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타협과 양보, 상생의 DNA를 다시 살려 4대 개혁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아들딸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낙바생’이 신어 사전에서 사라지고 ‘입도선매’가 다시 유행할 때까지 정부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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