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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수입차업계 호황속 입 나온 딜러들, 왜?

입력 2015-08-17 03:00업데이트 2015-08-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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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체들 ‘甲질’ 여전 11일 서울의 X 수입차 브랜드 인증 중고차 전시장. 기자가 ‘무주행 중고차’가 있는지 물으니 영업사원은 “4월 30일 등록돼 12km 달린 차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통상 수입차 회사에서 판매실적을 부풀리려고 차를 미리 등록시키면 이 중 일부가 무주행 중고차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올해 ‘20만 대 판매’를 바라보는 수입차 시장에 불공정 판매 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차 시장은 해외 본사가 국내법인에 차를 팔면 국내법인이 딜러사에 팔고, 다시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구축도 딜러사가 한다.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 ‘밀어내기’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X사는 3월 차량 1000여 대를 딜러사들에 할당했다. 팔리지 않은 차는 ‘선(先) 등록, 후(後) 판매’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공식적으로는 판매로 잡혔지만, 딜러사들은 이 차들을 리스로 떠안은 뒤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이를 승계하는 형식으로 판다. 실제로 차가 팔릴 때까지 리스 비용은 딜러사 부담이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밀어낸 차 중 일부가 무주행 중고차로 팔리고 딜러사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영업사원이 떠안는다”며 “잘 팔리는 모델과 잘 팔리지 않는 모델을 섞어 딜러사들에 판매하는 ‘끼워 팔기’도 공공연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X사 측은 “우리는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입차 회사들이 판매 실적, 미스터리 쇼핑(고객을 가장한 불시 점검), 자사 파이낸셜 서비스 상품 이용률, 서비스 만족도 조사 등을 점수로 매겨 차 값의 2∼4%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Y 브랜드는 차 가격에서 11%를 마진으로, 3%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Y 브랜드 딜러사들은 “판매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선 무리하게 차 가격을 깎아서라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Y 브랜드 딜러사들은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 합계는 절반 이상 줄었다. 세전 이익 합계는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Y사 관계자는 “딜러사들과 협의해 판매량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브랜드의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통상 이 점수는 인센티브뿐 아니라 향후 모델을 배정받을 때도 적용된다”며 “미스터리 쇼핑이나 서비스 만족도 조사는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평가 담당자들이 향응을 제공받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수입차 국내법인들은 딜러사 인사에 개입하기도 한다. Z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딜러사에서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 서비스본부장 등 임원을 선임하려면 수입차업체에 비공식적인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수입차회사가 특정 인사의 퇴직 또는 선임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Z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딜러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딜러사 인사에 개입할 이유도 없고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차 국내법인이 신규 딜러 선임 권한과 자동차 물량 배분 권한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권을 지키고 잘 팔리는 차량을 확보해야 하는 딜러사와 ‘갑을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작을 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만 대 시대’가 되면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지자 ‘갑을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불공정 관행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펜스케, 일본 야나세와 같이 수입차업체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메가딜러를 육성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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