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3월 김포공항에서 한진그룹의 대한항공공사 인수식이 열리고 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누적 적자 27억 원의 부실 국영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민항시대를 열었다. 한진그룹 제공
한진그룹은 1960년대 말부터 각종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1967년 7월 대진해운을 세운 데 이어 같은 해 9월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했다. 이듬해 2월과 8월에는 각각 한국공항과 한일개발을 설립했다. 그해 9월에는 인하공대도 인수했다.
수많은 사업 가운데 무엇보다도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것이 한진그룹 기업사(史)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별한 결단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항공운송 사업은 미래가 불투명했다. 국영 대한항공공사는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었다. 동남아 11개국 항공사 중 11번째 가는 부실 투성이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을 대한항공공사 사업자로 주목했다.
그가 1961년 한국항공을 설립한 경험이 있는 데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진력과 애국적인 열정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정부의 인수 요청을 고사했다. 그러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국적기는 하늘을 나는 영토 1번지고, 국적기가 날고 있는 곳까지 그 나라의 국력이 뻗치는 것 아니냐.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전용기는 그만두고라도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해외여행 한 번 해보는 게 내 소망이다”라며 간곡하게 권유했다.
결국 조 회장은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또 “힘이 미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꼭 세 번만 대통령을 찾아 의논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훗날 대통령에게 어려움을 호소한 적은 없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결정하면서 회사 중역들에게 “밑지면서도 계속 해야 하는 사업이 있는 것”이라며 대한항공공사 인수가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게 주식회사 ‘대한항공’이 출범하며 본격적인 민항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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