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비올때 우산 뺏지 말라” 조선업체 대출 회수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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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보신주의 영업 말아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2일 “기업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해야 하며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무분별하게 여신을 회수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조선업체 등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의 여신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이날 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도 보신주의적 영업 행태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영업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발언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이후 일부 금융회사들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다른 조선업체들에서 기존 여신을 회수하려는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진 원장은 “최근 일부 금융회사가 일시적으로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정상 기업에 대해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하는 ‘비올 때 우산 뺏기 식 영업’을 한다는 얘기가 있어 우려된다”며 “아무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라 해도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하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성동조선해양 등 5개 업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현대중공업 등 상위 3사의 적자 규모가 올해 5조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여신을 회수할 기회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에 대출해 줬거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서준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대출 및 RG 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날 진 원장은 “경제 활성화와 금융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회사 및 기업을 비롯한 각 경제주체가 각자의 본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는 금융회사로서의 소임을, 기업은 기업가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진웅섭#금융기관#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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