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W급의 거대한 석탄화력발전소 8기에서는 ‘웅웅’거리는 소음과 함께 회색 연기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7일 방문한 한국중부발전의 충남 보령발전소는 시간당 5500MW의 전기를 생산하며 수도권 전력 공급의 심장부 역할을 하는 곳. 바다에 인접한 이 발전소 가장 안쪽에 있는 8호기 옆에는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라는 간판을 단 5층 높이의 건물이 있다. 가로세로가 31m, 높이는 48m인 이 설비는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 액체 흡착제를 뿌려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국내 유일의 설비다.
○ CCS 기술은 발전하는데, 경제성은?
정부가 1일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감축안보다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할 주요 방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CCS를 꼽았기 때문이다. CCS는 발전소나 제조업체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설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압축 및 수송을 거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곳에 설치된 포집 설비는 500MW급의 석탄화력발전소 1기가 10MW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수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7만 t으로 석탄화력발전소 1기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2% 정도만을 잡아내는 셈이다. 여기에 든 초기 비용만 약 25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간 보령발전소의 CCS 기술은 경제성 측면에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대폭 줄이는 데 CCS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부발전과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으로 이뤄진 CCS프로젝트의 사업자들은 지난 몇 년간 경제성을 맞추려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당초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데 약 3.0GJ의 에너지가 투입됐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최근에는 필요 에너지량이 2.8GJ까지 떨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김찬중 포스코건설 부장은 “포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경제성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배출권보다 가격 싸야
이 기술의 상용화에 있어 또 다른 난관은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처리다. 현재 농업용이나 식음료업계, 공업용 가스로 이용되는 국내 이산화탄소 시장 규모는 연간 70만∼80만 t. 중부발전이 테스트용으로 갖춘 이 시설에서 나오는 7만 t의 가스만으로도 10%를 차지할 정도로 작다. 김재식 중부발전 차장은 “국내 이산화탄소 활용 시장이 워낙 작아 포집 설비가 확대돼도 이를 활용할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육상이나 해상에 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 걸음마 단계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다에 대규모 저장시설을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은 물론이고 이산화탄소의 유출 가능성, 특히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우려로 지역민과의 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경북 포항 앞바다에 이산화탄소 1만 t 정도를 저장할 공간만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해외에서도 CCS 설비가 상업성을 갖춘 상황은 아니다. 캐나다는 최근 삭스파워 발전소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10MW의 설비를 1조3000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하지만 별도의 저장시설을 짓지는 않았다. 가스나 원유 개발과정에서 생긴 기존 광구에 이산화탄소를 다시 주입해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 감축목표, 기업이 감당하기엔 한계” ▼
CO2감축기술 경제성 부족
가스나 원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도입할 수 없는 방식이다.
김재식 중부발전 차장은 “셰일가스 개발에 나선 미국의 자원개발회사 등은 오히려 개발 과정에서 생긴 구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의 t당 처리 비용이 배출권보다 싸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드는 비용은 5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권이 1만 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용화가 불가능한 셈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든지 혹은 정부가 배출권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크게 올리지 않는 이상 CCS 기술이 2030년 이전에 상용화돼 정부가 원하는 감축량을 기업이 맞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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