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低유가에 흑자 훈풍 해운업… 순항 이어질까

  • 동아일보

국내 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2년 6개월 만에 동시에 흑자를 내면서 침체됐던 해운업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 끝에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큰 호재인 저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고 운임도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해운업계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은 15일 매출액 1조5702억 원, 영업이익 42억 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12년 3분기(7∼9월) 이후 10개 분기(2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1분기만 따지면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현대상선 측은 “1분기는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부문의 전통적 비수기지만 저유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흑자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진해운도 매출액 2조1481억 원, 영업이익 1550억 원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개 분기 연속 흑자인 동시에 2010년 3분기(7∼9월) 이후 분기별 최대 영업이익이다. SK해운도 5215억 원의 매출과 57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59억 원 늘어나 1분기만 치면 9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1분기가 해운업계의 비수기이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실적은 유가가 내려간 동시에 각 사가 적자 노선을 정리하고 자구안을 실행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결과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간 적자노선을 정리하는 동시에 기항지를 조정하고 배를 경제속도로 운항하는 등 노선 합리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대상선이 전체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3조30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뒤, 현재 3조780억 원의 자구안을 실현시켰다. 이달 중 매매계약을 맺을 금융 3사(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의 오릭스 매각과 현대상선 벌크전용선 사업부문 매각 등이 완료되면 자구안 이행률이 100%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현대상선 측은 “진행 중인 선제적인 자구안을 원활히 마무리해 유동성 확보와 부채 축소 등 재무 개선 노력을 통해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도 많다. 저유가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화주들이 “저유가 추세를 반영하라”며 운임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메이저 해운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초대형 선박을 많이 발주하면서 해운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어 운임을 더 끌어내리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해운운임지수인 중국발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올해 1060.66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하락해 15일 기준 875.21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 국내 해운사들이 투자는커녕 있는 배와 노선도 줄이고 있는 터라, 향후 호황이 찾아왔을 때 운영할 선박이 적어 호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상선의 경우, 이번 영업이익이 흑자이긴 하지만 42억 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본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해운시장 분석기관인 드루리(Drewry)는 2018년에야 컨테이너선 운임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실제 해운시장이 회복될지 향후 2∼3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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