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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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별도 자료 내는 등 본격적으로 PI 구축 작업 나서
경영권 승계자 이미지 전략인 듯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대외활동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프레지던트 아이덴티티(PI)’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룹 경영권 승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12일 ‘이 부회장이 이탈리아 투자회사 엑소르 이사회 참석과 유럽지역 사업 점검을 위해 5월 12일 출국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 자료를 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지주회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최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재추천됐다. 이날 전용기편으로 이탈리아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한 뒤 삼성전자 폴란드 가전공장(SEPM) 등 유럽 현지 사업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동정과 관련한 별도 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사업상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할 일이 아니라면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과 공식 행사 참석 등을 그때그때 알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이 부회장도 이에 대해 ‘OK’ 사인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이 부회장은 실질적인 그룹 수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전자 계열사는 물론이고 금융 계열사들까지 직접 챙기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월 중국 중신(中信)그룹 창전밍(常振明) 동사장(董事長·이사회 의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방안을 직접 협의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외부에 이미 자신이 그룹을 승계한 것처럼 비치는 데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늘 아버지만큼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며 “‘이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이 부회장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해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별도 수행조직을 두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생략했던 것도 아직은 본인이 그룹 전면에 나서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자제해오던 이 부회장에 대한 PI 전략을 조심스럽게 꺼내 든 것은 이 회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공식적인 승계 작업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 외부에선 ‘오너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데 그것도 (승계 작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는 ‘겸손’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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