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평법은 무역장벽”… 통상마찰 부메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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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화학물질-年1t이상 등록의무… USTR “민감한 기업정보 유출우려”
산업부 “당장 문제 삼지는 않을듯”… 美, 中企적합업종 지정도 이의제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대해 “민감한 기업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다”며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해 시행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 항목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규제로 꼽혀 왔다.

USTR는 1일(현지 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무역장벽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USTR가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지적하는 것으로 매년 발간된다.

1월부터 시행된 화평법은 기업들이 취급하는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당국에 보고 및 등록을 하게 했다. 당초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화학업체들은 등록비가 화학물질 한 종에 5억∼10억 원으로 부담이 크고 기업정보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당장 환경부가 올 6월 등록 대상 화학물질 518종을 고시할 예정이라 업계에서는 관련 비용이 한꺼번에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 개발하거나 수입한 신규 물질의 등록만 받고 있다.

USTR가 공식으로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향후 양국 간 통상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다.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듀폰, 다우케미컬 등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국회에서 화평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던 2013년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국제 규범 및 국내 정책에 입각해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보고서에 나온 부분을 당장 걸고넘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패밀리레스토랑을 포함시킨 데 대해서도 USTR는 지난해에 이어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USTR 측은 “패밀리레스토랑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포함돼 미국의 관련 업계가 영업을 확장하는 데 큰 제약을 받게 됐다”며 “동반위의 활동이 한국의 투자 환경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USTR는 미국산 가금류 수입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지침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농림부는 “한미 양국이 맺은 ‘수입 위생 조건’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최예나·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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