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혹은 더 화려하게… 명품시계의 생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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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
스마트폰앱과 연동 제품 공개… 부자 고객위한 럭셔리 모델 선보여

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월드’는 세계 최대의 시계박람회로 꼽힌다. 19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올해 행사는 26일 폐막할 예정이다. 사진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위블로’가 바젤월드 행사장에서 설치한 전시관의 모습. 위블로 제공
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월드’는 세계 최대의 시계박람회로 꼽힌다. 19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올해 행사는 26일 폐막할 예정이다. 사진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위블로’가 바젤월드 행사장에서 설치한 전시관의 모습. 위블로 제공
19일 개막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 2015’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바젤에 몰려든 시계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제품 가격 차를 엉망으로 만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얘기했다. 스위스프랑 강세도, 중국인의 고급 시계 소비 둔화와 러시아 경제의 불안정성도 모두 걱정거리였다. 스마트 시계는 아예 ‘공공의 적’이었다.

시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이토록 험난한 바젤월드는 최근엔 없었다. 26일 폐막을 앞둔 올해 바젤월드의 핵심은 ‘전통의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는가’이다.

○ “스마트 시계라는 달리는 버스에 일단 타자”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시계 부문 최고경영자(CEO) 장클로드 비베르 회장은 19일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LVMH의 ‘젊은 명품 시계’인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손잡고 올해 안에 스마트 시계를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아방가르드한 태그호이어의 젊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럭셔리 커넥티드 시계’가 필요하다”며 “스마트 시계의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는 버스’(스마트 시계)에 타야만 ‘아니다’ 싶을 때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비베르 회장은 지난해 태그호이어의 고위 임원이 애플로 옮겨 가자 태그호이어에 강한 변화를 이끌었다. 요즘 “태그호이어는 브랜드 이름 빼고 다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선보인 태그호이어 ‘카레라 칼리버 호이어 01’은 12개의 서로 다른 부품을 끼워 맞추는 모듈러 방식으로 레고처럼 ‘나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다.

브라이틀링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B55 커넥티드’ 시제품을 발표했다. 해외에 도착해 스마트폰 앱을 누르면 손목시계 시간이 곧바로 현지 시간으로 바뀐다. 브라이틀링이 매년 여는 ‘브라이틀링 파티’는 바젤월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파텍 필립’과 ‘파네라이’ 등 최고가 브랜드들도 젊은층을 겨냥해 푸른색 다이얼을 선택했다.

○ “충성스러운 부자 고객을 만족시키자”

스위스중앙은행이 올해 1월 최저환율제(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화의 최저환율을 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고정하는 제도)를 폐지하자 스위스 시계업계는 수출의 타격을 우려하며 당혹감에 빠졌다. 브라이틀링의 장폴 지라르댕 부회장도 19일 본보 기자에게 “유로당 1.07스위스프랑 이하로 떨어지면 사업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는 주저앉지 않았다. 가격 인상에 개의치 않는 확실한 부자 고객을 잡겠다는 방향을 이번 바젤월드에서 보여준 것이다. 2005년 나온 위블로의 ‘빅뱅’ 컬렉션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빅뱅 유니코 오트 조아이에’로 거듭났다. 45mm의 큰 다이얼에 다이아몬드 653개(40.2캐럿)를 세팅해 10억 원이 넘는다. 해리 윈스턴의 ‘뉴 미드나이트 페더’는 남자 시계 다이얼 속에 거위 깃털 공예를 ‘한 땀 한 땀’ 담았다.

파텍 필립은 이번에 파일럿 시계를 대표 모델로 내놓았다. 예물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는 고무 시곗줄의 요트 시계를 선보였다. 고객의 럭셔리한 레저 활동에 맞춘 것이다. 제니스는 올해 창립 150주년을 맞아 새 무브먼트(시곗바늘을 움직이게 하는 기관)를 적용한 ‘엘리트 6150’을 내놓았다. 바젤월드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스위스 시계가 처한 위기는 오히려 브랜드를 돌아보고 싹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장한 자신감을 보였다.

바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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