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의 혁신 1년… 구조조정 이어 인사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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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年… 기본급 30% 여전히 반납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3월 18일 임원들에게 “기본급의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나흘 만의 일이었다. 권 회장은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소기의 성과와 수익성을 구현할 때까지 기본급 30%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권 회장이 짊어진 포스코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취임 1년이 된 지금까지 권 회장은 기본급 30%를 받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1년간 ‘선방’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3조 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지난해 포스코의 매출은 연결 기준 65조984억 원으로 최악의 해로 평가받은 2013년보다 5.2% 올랐다. 영업이익은 3조2135억 원으로 전년(2조9961억 원) 대비 7.3% 증가했다. 그러나 권 회장은 혁신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사업 재편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권 회장은 그동안 비핵심 사업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포스코특수강 보유 지분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해 6000억 원을 확보했다. 포스화인 지분은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위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와 대우마산백화점은 롯데쇼핑에 팔았다. 포스코-우루과이, 광양LNG터미널 지분 매각도 진행 중이다.

권 회장이 1년간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진행한 구조조정은 30건. 이 중 지난해 11건이 완료됐다.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자금은 2조 원이다. 권 회장이 혹독하게 몸집 줄이기를 한 건 취임 전 포스코가 무분별하게 늘려왔던 신규사업과 인수합병(M&A)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특히 권 회장은 솔루션마케팅을 강조했다. 기술을 개발한 뒤 적용 대상을 찾을 게 아니라 팔리는 제품을 먼저 만들고 기술 및 영업을 지원하는 등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까지 제공해 수익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지난해 솔루션마케팅에 따른 월드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13% 늘었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점유비는 지난해(33.3%) 전년 대비 2.4%포인트 올랐는데 전체 이익의 65%를 차지했다.

아쉬움은 있다. 부채 규모가 39조9610억 원으로 일부 계열사의 차입금 증가로 전년보다 1조3280억 원 늘었고 자본 규모는 45조2910억 원으로 일부 투자의 평가손실 등으로 전년 대비 5310억 원 줄었다. 주가도 떨어져 권 회장이 취임하던 지난해 3월 평균 28만4575원을 기록하던 것이 12일 종가 기준 26만1000원이다.

권 회장의 올해 목표는 고유기술 판매다. 그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신사업에 투자할 때의 원칙은 고유기술이다. 포스코만 갖고 있는 기술로 사업을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파이넥스는 원료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자연 상태의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해 철을 만드는 혁신 기술. 포스코는 중국 충칭강철과 현지에 연산 30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공장을 짓기로 협약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고기능 신소재 쪽에서는 니켈과 리튬을 육성할 방침이다. 비핵심 자산이나 그룹사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은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한 구조 개편으로 현금 1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인사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볼 방침이다. 권 회장은 성과에 따른 연봉 차등 폭을 확대하겠다고 12일 밝혔다. 평균 수준(B등급)과 최상위(S등급)를 받는 직원 간 연봉 차등 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49개 계열사의 직급체계는 통합하기로 했다. 모든 임직원은 포스코를 뜻하는 P직급을 부여받는다. P1(신입)부터 P13(회장)까지 총 13단계다. 전 계열사의 직위(호칭)와 직책 명칭도 통일된다.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글로벌 스태프를 뜻하는 G직급을 받고 기본 자격과 역량이 검증되면 P직급으로 전환한다. ‘글로벌 잡 포스팅’을 활성화해 소속과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서 일할 기회도 주기로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권오준#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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