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공룡’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공기업 정상화의 성공모델로 재평가 받고 있다. 판매증가와 방만 경영 개선, 사업다각화 등을 통한 부채감축의 속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초 105조7000억 원에 달했던 금융부채는 10일 현재 97조8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한 해에만 7조2000억 원을 줄였다. 출범 이후 2013년까지 연평균 7조6000억 원씩 금융부채가 증가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부채가 줄어든 것은 미분양 토지·주택 판매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재영 LH 사장은 2013년 6월 취임 이후 ‘판매목표 관리제’를 도입했다. 이 사장이 매년 본사 사업·판매담당 부서장, 지역·사업본부장들과 1 대 1로 판매경영계약을 맺고, 연말 판매실적을 인사와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제도다. 그 결과 LH는 지난해 27조2000억 원 어치의 토지·주택을 판매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2013년 22조 원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초 세운 판매목표 17조8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LH는 사업방식을 다각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도 벌이고 있다. 민간자본을 참여시켜 재무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민간 건설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모델을 찾고 있다. LH는 올해 신규사업비의 30% 이상을 민간 공동개발, 리츠를 통한 임대주택 건설 등 민간자본을 활용해 자체 사업비를 1조 원 정도 절감할 계획이다.
강도 높은 경영혁신으로 허리띠도 졸라맸다. LH는 대형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지원, 휴직급여 등을 대폭 축소했다. 이를 통해 1인당 복리후생비를 2013년에 비해 266만 원 줄였다.
LH가 부채감축에 들이는 공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LH 본사 사옥 1층에 설치된 ‘부채 시계’를 보면 알 수 있다. 가로 7m, 세로 2m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금융부채(이자를 내야 하는 빚) 현황이 매일 공지된다. 미국이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해 1989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한 것을 본떴다. 100조 원을 넘던 숫자는 지난해 말 첫 자릿수가 ‘9’로 바뀌었다. 2009년 공사 출범(토지공사·주택공사 통합) 후 늘어나기만 하던 금융부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부채감축의 성과는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무디스, S&P, 피치) 모두 지난해 LH의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와 같은 수준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 성공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고 경기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부채도 함께 줄여야 하는 다소 상충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올해 사업예산을 지난해보다 2조 원 증가한 17조2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기업형 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 굵직한 정책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올해 20조 원의 재고자산을 판매해 부채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올해 판매목표관리제를 보완한 ‘사업 목표손익관리제’ 등을 도입해 2차 공기업 정상화를 차질 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4월 경남 진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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