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골드 지고 블루골드 시대… 6890억달러 물산업 잡아라

  • 동아일보

국내기업 수주 전체의 0.4% 그쳐… 민관 손잡고 ‘블루오션’ 개척 나서
2015년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계기… 국내 스타 물기업 육성에 박차

바닷물을 생활용수 및 식수로 바꾸는 해수(海水)담수화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업체는 한국의 두산중공업이다. 1978년 중동에서 해수담수화 사업을 시작한 두산중공업은 내년 초 준공을 앞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 ‘라스 알 카이르’(사우디아라비아)를 2010년 수주하는 등 중동 전역에서 27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1994년 해외로 진출해 지금까지 23개국에서 44개 사업을 완료했다. 2012년 파키스탄에서 ‘파트린드’ 수력발전소 건설·운영사업을 수주하고 올해 필리핀의 ‘앙갓댐’을 인수해 2063년까지 운영하기로 하는 등 현재 21개국에서 32개 사업(9월 말 기준)을 벌이며 해외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일부 ‘물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국내 업체의 해외사업 실적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해외 물사업 수주실적은 약 14억2000만 달러(2011년)로 전체 세계시장의 0.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사업 진출 분야와 지역도 상하수도 및 해수담수화 설비 분야(61.0%)와 중동(86.2%)에 집중돼 있어 영역 확대가 절실하다.

한편 세계 물시장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12년 5350억 달러 규모였던 물시장은 2018년까지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8년에는 689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도 물산업을 중심으로 한 21세기 ‘블루 골드’ 시대가 석유를 내세운 20세기 ‘블랙 골드’ 시대를 능가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물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도 내년 4월 12∼17일 ‘2015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개최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물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세계 물포럼은 국제기구, 각국 정부 등 약 312개 기관으로 구성된 세계물위원회가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물 관련 국제행사다. 7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세계 담수의 70%가 소비되는 아시아지역 시각에서 물 문제를 조명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물포럼 조직위원회 측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물자원이 급격히 고갈되는 문제에 주목할 예정이다. 2015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조직위원회의 이정무 위원장은 “과거에는 물산업의 정의가 ‘일상생활 및 제조 활동에 필요한 용수의 생산 및 공급, 하·폐수 처리’였다면 지금은 ‘수자원의 개발 및 보존, 홍수 조절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인 물 관리’로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며 “환경변화는 물 관리 측면에서는 위기지만 산업적 관점에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0년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물산업 원천기술 개발과 전문 물 기업 육성을 골자로 한 ‘물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8개의 글로벌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3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조직위 측은 “물포럼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된 물 관리 경험과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계기로 적극 활용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바닷물#해수담수화#블루골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