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도 증시가 연초 이후 30% 가까이 오르며 독주하고 있다. 인도 채권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인도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19일까지 평균 30.58%의 수익률을 기록해 해외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이 2.84%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던 동남아(11.95%)와 북미(9.12%) 등과 비교해도 훨씬 좋은 성적이다.
개별펀드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자 1(주식)종류A’와 ‘IBK인디아인프라(주식)A’는 올해 들어 각각 47.67%, 40.87%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인도는 성장잠재력이 높아 2000년대 들어 중국과 함께 투자자들의 기대를 많이 받아온 지역이다. 하지만 10여 년간 정치, 사회적 불안정이 계속돼 잠재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5월 인도의 정권교체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모디 총리는 친(親)기업, 친시장 경제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없애거나 간소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펴면서 글로벌 자금이 인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22일 현재 연초 대비 28.5%나 올랐다.
인도경제의 기초체력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은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개선 등 대외건전성이 개선됐고 물가 안정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지난해와 차별화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채권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단기금리는 현재 연 8.6% 수준으로 글로벌 채권 시장 중에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인도 루피화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어서 루피화 강세 시 추가적인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채권형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국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출시한 인도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인도 채권형 재간접 사모펀드’는 선보인 지 한 달도 안 돼 ‘완판’을 앞두고 있다.
이은주 연구원은 “정치·경제적 현황을 고려해 볼 때 상반기와 같은 강한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연말까지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며 “모디 정권이 향후 몇 개월에 걸쳐 진행하는 세부 경제정책 발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이 인도 증시의 상승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죌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시장은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선별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제이 아르갈 베어링자산운용 인도증시 부문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을 2% 미만으로 줄이는 등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체질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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