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 “큰손 중국인 모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주지점에 전용창구 잇달아 개설… 부동산투자금 예치에 공들여

제주 제주시 노형동의 우리은행 신제주지점 1층에는 한자로 ‘중국고객 전용창구’라고 적힌 별도의 문이 있다. 금융거래 노출을 꺼리는 중국인 ‘큰손’들을 배려한 조치다. 이곳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이 배치돼 송금과 환전, 원화예금 같은 일반 은행업무뿐 아니라 부동산 매입, 투자이민제와 관련된 상담을 해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방문하는 중국인 고객이 많을 때는 10명을 넘을 정도”라며 “제주 리조트·호텔에 투자하려는 사람부터 법인을 내고 직접 사업을 하려는 자영업자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중국인 큰손들이 제주로 대거 몰리면서 시중은행들도 이들을 잡는 데 분주하다. 각 은행 제주지점마다 중국고객 전담창구를 만들고 중국인 직원을 채용하면서 발 빠르게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0억∼2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뭉칫돈이 예치되는 경우도 적잖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9월 중국인이 많이 찾는 노형동으로 점포를 옮기고 중국 현지 근무를 오래한 부장급 직원과 중국인 직원 2명을 채용해 전담팀을 꾸렸다. 문상도 하나은행 신제주지점장은 “중국인들은 투자이민제를 활용해 영주권을 받으려고 5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가볍게 사들인다”며 “돈을 예치해 놓고 좋은 투자처가 나오면 사기 위해 예금하러 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6월 초 제주지점에 ‘제주 외국인직접투자(FDI)센터’를 만들었다. 서울 본점과 강남점에 이은 세 번째 센터다. 농협은행도 다음 달 중 제주지점과 서귀포지점에 중국인 직원을 채용해 중국고객 전담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중국고객 전담직원이나 창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 기자
#은행#중국인#제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