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재정확대에 화답… 경기부양 퍼즐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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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15개월 만에 금리 인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한국은행이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한 것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재정 세제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경기 활성화 대책이 잇따라 나온 데 이어 이날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경제가 세월호 참사를 딛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경기부양 패키지에 화룡점정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는 최근의 경제 동향이나 정책 흐름을 봤을 때 상당 부분 예상된 수순이라는 게 금융계의 평가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전방위 경기부양책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이번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달 출범 이후 41조 원에 이르는 재정 확장 패키지와 내수 부양을 위한 세제 지원 방안, 대출규제 완화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도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의 ‘협조’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물론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여당도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주문했고, 금융시장 역시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며 한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이런 각계의 빗발치는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최근의 경제 여건도 금리 인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원화 강세와 소비·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터지며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7개 분기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이런 흐름을 감안해 한은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여전히 1%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저물가 기조 역시 인하 결정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이번 금리 인하로 정책당국이 지금의 경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본다”며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시그널도 한층 더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 추가 인하에는 유보적


물론 한은도 이번 결정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문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다”며 “다만 현재 주택경기나 경제여건을 볼 때 가계부채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양적 완화(QE) 종료를 앞둔 미국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자칫 이제 막 금리 인하로 방향을 튼 한은의 정책 ‘스텝’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성장률 전망치(3.8%)가 잠재성장률 수준인데도 굳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 듯 이 총재는 이날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도 “소비나 투자 부진은 이번 조치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 금리 인하는 일차적으로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로 금융권의 예금·대출 금리도 속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돼 추가 인하 폭이 작을 수는 있지만 고정금리 대출자나 중·고령 이자생활자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는 증시에 호재지만 인하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은행#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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