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랜드 마스터’는 같은 휴대전화 연결음을 쓰고 있었다. 자동차 누적 판매 4000대를 달성해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받은 기아자동차 박광주(서울 테헤란로지점) 홍재석 영업부장(충북 충주지점)에게 ‘영업의 신’이 된 소감과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해 물어봤다.
“10년 전 분식점에 우연히 들렀는데 여든 살도 넘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허름한 가게이고 연세도 많으셔서 큰 기대는 안하고 차 얘길 꺼냈는데 의외로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아시고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거의 5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라면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했어요. 결국 5년 만에 프라이드를 구매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생각이 많이 나네요.”(홍 부장)
“1997년에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서 개인택시 하시는 분에게 콩코드 택시를 팔러 간 적이 있어요. 분명 경기 파주에서 주말농장 마치고 오후 6시경에 댁으로 오신다고 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나타나시지 않는 거예요. 그땐 휴대전화가 있던 때도 아니어서 연락도 안 되고…. 바람맞은 건가 싶긴 했지만, 그럴 분은 아니다 싶어 무작정 기다렸는데 다음날 오전 3시에 오시더라고요. 차가 고장 나서 늦었다며 바로 계약서에 사인해 주시더라고요. 그 뒤로도 그분의 조카나 다른 친척 분들도 저한테 차를 사셨습니다.”(박 부장)
두 사람에게 영업비결을 묻자 “고객들과 자주 연락하고 신뢰를 잃지 말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따라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박 부장은 핵심 고객 260여 명에게 매달 앞장에 따로 메시지를 적은 책을 보낸다고 한다. 7월이 되면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되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를 앞장에 적어 보낸다든가, 세월호 참사 때는 노란 리본을 프린트해 보내는 식이다.
고향에서 활동 중인 홍 부장은 “내가 파는 차의 80% 정도는 기존 고객에게 소개받아 판매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전화번호가 바뀌면 불편해하는 고객이 있을까 봐 새 휴대전화와 함께 예전 ‘011’로 시작되는 번호의 휴대전화를 같이 들고 다닌다.
활동하는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 부장은 도농복합지역인 충북 충주시에서 영업을 하다 보니 모닝이나 K3 외에 1t 화물차도 많이 판다. 박 부장은 “서울 강남 지역은 수입차와 업계 1위인 현대차 수요가 워낙 많아 기아차 영업이 어려운 곳”이라며 “그럴 땐 정면승부보다 경차 ‘레이’ 등으로 세컨드카 수요를 공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1994년 입사해 전국 판매 상위 10명인 ‘기아 판매왕’에 2001년부터 13년 연속 선정됐다. 1990년 입사한 홍 부장도 11차례 ‘기아 판매왕’에 올랐다. 외환위기 때 주춤했던 적도 있지만 20년간 매년 200대 이상을 꾸준히 팔아온 셈이다. 기아차 역사상 누적 4000대 이상을 판 ‘그랜드 마스터’는 이들을 포함해 단 4명뿐이다. 기아차는 두 사람에게 부상으로 ‘K9’ 차량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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