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여든일곱 번째 기능한국인으로 그린컨기술㈜ 하순철 대표(56·사진)를 선정했다. 하 대표는 신개념 집진기 개발을 비롯해 맞춤형 환경설비 공급, 통합 환경관리 시스템 보급 등으로 우리나라 산업현장 작업환경 개선의 일등공신이다. 하 대표가 운영하는 그린컨기술㈜은 분진, 유해가스, 악취 제거 및 처리 시설, 원심력 집진 시설 등 환경오염 방지 설비를 중심으로 대기·수질 측정 및 환경관리 서비스사업까지 확대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10개의 기술 특허와 실용신안, 상표권 등 스무 개가 넘는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규격인 ISO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과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KOSHA 18001도 획득했다.
하 대표가 개발한 그린컨기술㈜의 대표 제품은 ‘필터칸(FILTER-KAN) 집진기’다. 필터칸 집진기는 일반 먼지뿐 아니라 미세분진, 플라스마 퓸 등 기존 집진기로는 잘 걸러지지 않던 먼지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필터칸은 기계 위쪽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하강기류를 통해 상부에서 하부로 여과·배출하는 방식을 사용해 필터링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집진기를 비롯한 그린컨기술㈜의 환경오염 방지 설비는 제강, 비철, 시멘트 공장, 조선소, 발전소, 화학, 목재 공장 등 여러 분야에 공급되고 있다.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별로 맞춤형 설비를 제공하는 것이 하 대표가 밝히는 차별화 포인트다.
하 대표는 1998년 창업 전까지 숙련기술인으로 23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동년배 중에서도 경력이 긴 축에 속한다. 고1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형편상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해야 했기 때문.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육군종합정비창’ 군속 공무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적으나마 월급도 받을 수 있는 직장이어서 당시의 그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형편에 맞춰 선택한 길이지만 그곳에서 보낸 8년 6개월은 이후 숙련기술인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큰 자산이 됐다. 육군종합정비창 재직 중 국립 부산공업전문대 기계과에 진학한 그는 1981년 졸업장을 땄다. 그 이후 조선 기자재 회사 ‘삼일기업’과 사료 플랜트 회사 ‘명성공업’, 집진기 부품회사 ‘조일기업’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98년, 하 대표는 주변의 숱한 권유와 오랜 고민 끝에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집진기 부품 소매업으로 영세업체들과의 거래가 많았던 첫 회사는 외환위기의 여파를 고스란히 겪으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창업한 회사도 처음부터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설립 16년차에 이른 지금, 그린컨기술㈜은 환경오염 방지설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설비와 함께 관리에 대한 고객사들의 니즈가 점점 커지면서 2010년에는 환경오염 측정 및 환경 관리 대행업체를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벤처기업인상, 시민발명가상, 모범납세자 표창 등 하 대표의 방에는 채 진열하지 못한 상패와 표창장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이쯤 되면 만족할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 기술인을 자처하며 도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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