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10년, 긴 호흡으로 치킨 한류 완성해 갈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교촌에프앤비㈜
‘글로벌 교촌’ 역량 키워 950여개 가맹점 성공신화

“10년 내 세계 35개국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릴 적 재래시장에서 맛본 간장 소스에서 힌트를 얻어 가장 한국적인 치킨 맛을 만들어낸 주인공, 과일행상과 택시기사 등 온갖 직업을 거치다 벼랑 끝에서 돌파구를 찾아낸 승부사, 밑천도 경력도 일천했던 열악한 환경을 딛고 마침내 국내 최고의 치킨 프랜차이즈를 일궈낸 기업가가 있다.

권원강 회장
권원강 회장
‘교촌치킨’을 대표 브랜드로 두고 있는 교촌에프앤비㈜(www.kyochon.com) 권원강 회장(63)이다. 권 회장은 “나와 교촌치킨의 역사는 곧 끊임없는 시련과 도전의 여정이었다”며 “정도(正道)가 아니면 가지 않았고, 고객중심, 나눔경영을 중시한 덕택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교촌에프앤비㈜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현재 국내에 950여 개 가맹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6개 국가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3년 전 세 식구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탁자 세 개의 작은 통닭집은 현재 1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거목이 됐다. 권 회장의 투박한 손에, 그의 얼굴 주름 하나하나에 교촌치킨이 밟아왔던 세월이 자리 잡고 있다.

권 회장은 1991년 3월 경북 구미시 외곽에 치킨집을 차렸다. 대구시에서 노점생활 5년여, 그리고 택시기사로 또 5년 등 10여 년간의 고생 끝에 마련한 허름한 통닭집이었다. 상호명은 ‘교촌통닭’. 개인택시, 셋방까지 털어 만든 3000만 원이 밑천의 전부였다. “하루에 한 마리, 두 마리를 파는 날이 허다했어요. 심지어 전기요금 낼 돈도 없었지요. 마지막 생계수단이었던 만큼 물러날 수는 없었습니다. 죽을 각오로 닭요리를 연구했고, 마침내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마늘 간장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작은 이익보다는 멀리 있는 이익을 내다봤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답이 나왔다. 고객을 위한 ‘진심’이 통한다면 당장의 어려움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내다봤다. 한여름에도 치킨이 식을까봐 에어컨도 틀지 않은 채 차량 배달을 하기도 했고, 이미 와 있는 두 사람의 손님을 위해 10명 이상의 단체 손님을 마다한 적도 있었다.

위생적인 깍두기 용기를 개발한 것도 치킨업계에서 처음으로 한 시도였다. 봉지를 뜯을 때 무 국물이 쏟아지는 불편을 해소한 이 아이디어는 지금 대부분 치킨집이 벤치마킹해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업계 최초로 부분육을 도입한 것이나, 치킨을 비닐봉지가 아닌 쇼핑백에 담아 배달하기 시작한 것도 고객을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상이 늘어났다. 가게를 오픈한 지 3년이 지나자 하루 100마리 이상 닭을 팔게 됐다. 구미 가게를 종업원에게 물려주고 대구에서 시작한 가맹점 사업도 활기를 띠었다. 2003년에는 국내 가맹점이 1000개를 돌파하며 빠른 성장을 했다. 그런 와중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 일은 ‘약’이 됐다. 힘들어하던 가맹점주들을 보고 사업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가맹점들의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 가맹점을 하겠다고 줄섰던 400여 개의 신규 점포개설을 과감히 포기했다. 금액만으로도 80억 원 이상의 손해였지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본사를 믿고 따르는 가맹점 사장들을 우선 챙겼다.

20년이 지난 교촌치킨은 지금도 가맹점이 1000개를 넘지 않는다. 기존 가맹점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확장을 지양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는 늘지 않았지만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2004년 총매출 900억 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741억 원을 기록하며 10년 사이 80% 이상 성장했다.

교촌에프앤비㈜는 3월, 23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아 10년 내 세계 35개국에서 10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담은 ‘Global Top-tier’ 비전을 선포했다. 기존 6곳의 동남아 거점을 점차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남미, 중동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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