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무너지는 한국경제… 핵심생산인구 갈수록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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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만달러 달성 ‘빨간불’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45세가 넘은 중년입니다. 현장에 젊은 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이 업체 인사팀 손모 과장은 채용 현황을 묻는 질문에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회사의 전체 근로자는 88명으로 이 중 50명이 45세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20, 30대 젊은 근로자를 뽑기 위해 두 차례나 공개채용을 진행했지만 면접을 보러 온 대부분이 40대 이상이었다. 손 과장은 “채용박람회에 가도 제조업체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젊은 근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우선 급한 대로 젊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과 소비에서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는 핵심생산인구(25∼49세)의 비중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까지 겹쳐 산업현장에서는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며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등 부족한 핵심생산인력을 활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걸림돌


한국의 핵심생산인구 비중은 2004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통계청에 의뢰해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핵심생산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04년 59.7%이던 핵심생산인구의 비중은 지난해 53.9%로 5.8%포인트 떨어졌다.

주력 근로자 계층인 핵심생산인구가 해마다 줄면서 일각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뒤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들기까지 꾸준히 핵심생산인구가 증가했다. 반면에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연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매년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 진입의 기준으로 삼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 국가 중 2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7년간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든 나라는 호주와 일본뿐이다. 그마저도 감소 폭이 2%포인트 이내에 그쳤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일본 등은 선진국 문턱에 접어들며 고령화가 시작됐지만 한국은 선진국에 들어서기도 전에 핵심생산인구 감소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라며 “핵심생산인구가 줄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체의 활기를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 여성인력, 시간제 일자리 활용해야


핵심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감소에 있다. 1970, 80년대 산아제한 정책으로 줄어든 출산율이 핵심생산인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8.6명)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였다.

핵심생산인구의 감소는 산업인력의 고령화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12년 기준 39.6세로 2008년에 비해 2.0세 높아졌다.

여기에 일자리 미스매치마저 더해져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률이 급등하는데 기업들의 구인난은 심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한정된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출산율을 높이면 육아, 교육 등 관련 산업이 살아나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릴 수 있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20년 뒤 핵심생산인구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핵심생산인구로 성장할 때까지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등 주어진 핵심생산인구를 100%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민소득#여성인력#한국경제#핵심생산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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