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가 식품괴담 양산… 소비자 간담 서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자사제품 판촉 위한 목적이지만… 입증 안된 자료로 불안감 부추겨

최근 서울 시내에선 ‘인산염?’이라는 광고판이 붙은 버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유제품 업체인 남양유업이 지난해 12월 믹스커피 ‘프렌치카페 누보’를 내놓으면서 시작한 광고다. 인산염은 인과 나트륨, 칼륨 등을 합성한 물질로 커피믹스는 물론이고 콜라, 햄, 소시지 등의 산도(ph)를 조절하기 위해 쓰인다.

남양유업은 인산염을 ‘칼슘도둑’으로 표현했다. 인산염 안에 들어 있는 인 성분을 과다 섭취하면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사(自社) 제품에선 인산염을 천연 첨가물로 대체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커피믹스를 먹으면 몸에 해로울 것 같은 정보를 주는 셈이다.

이런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주부 최성희 씨(48)는 “최근 10여 년간 매일 커피믹스로 탄 커피를 한두 잔씩 먹었는데, 인산염이 유해한 것인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정보로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식품괴담’을 스스로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불필요한 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산염 유해 논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커피믹스로 인한 인 섭취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은 커피믹스뿐 아니라 흰쌀과 우유, 돼지고기, 달걀, 닭고기 등에 광범위하게 들어간 성분이다.

국제첨가물위해평가위원회(WHO/JECFA)에 따르면 체중 70kg의 성인을 기준으로 인체에 유해한 하루 인 섭취량은 4900mg 수준이다. 이효민 식품의약품안전처 소통협력과장은 “커피믹스 한 봉지로 섭취하는 인이 약 6mg임을 감안하면 체중이 70kg인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에 커피믹스 820잔을 마셔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라며 “인이 들어간 커피믹스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연어 통조림의 연어 색깔 논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붉은 통살 연어’를 판매하는 동원F&B는 “연어 살색은 원래 붉다”며 마케팅을 벌이자 이에 앞서 흰색의 연어 통조림(알래스카 연어)을 내놓은 CJ제일제당이 반격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연어 살은 원래 흰색”이라며 “우리는 색소나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광고했다. 동원F&B의 제품이 붉은 연어 살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건강에 안 좋은 색소를 넣었다는 걸 부각시키며 공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동원 측은 “연어를 가공할 때 인체에 무해한 파프리카 추출물을 첨가해 통조림 국물을 붉게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식품업체들이 화학적 합성물은 유해하고 천연첨가물은 안전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이용하는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양갱의 검은색을 내는 색소인 ‘꼭두서니’라는 물질은 천연첨가물이지만 일본에서 2004년 동물 실험으로 발암성 물질임을 확인하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퇴출당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합성물이라고 하면 국제적인 안전성 평가 지침에 따라 과학적인 평가가 완료됐어도 일반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선입견을 지니게 마련”이라며 “이런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는 “적당량을 섭취할 경우 안전하다고 식품안전 당국이 입증한 식품에서도 괴담이 나오고 있다”며 “식품업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식품업#제품 판촉#불안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