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5명 일곱살짜리 작은 회사… 휴대용 음향카메라 세계 독보적

중기청 기술개발지원 성공사례로 주목 ‘에스엠인스트루먼트’
삼성-현대車-LG전자 납품… 연평균 35%씩 초고속 성장

에스엠인스트루먼트 연구실에서 김영기 대표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소개하며 포즈를 취했다. 이 제품은 삼각대를 설치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 제공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음향카메라 제조 사업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세계 최초로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개발했다. 2006년 설립된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에 전념해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내놓았다. 이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40여 대를 납품했고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지능화로봇산업화 센터에서 만난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는 “‘국내 우주인 1호’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선에서 소음 측정 실험을 할 때 쓴 장비도 우리 회사가 만들었다”며 “소음 측정기 분야에서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LG전자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다 2006년 홀로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직원이 15명으로 늘었다. 기술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중소기업에 선뜻 돈을 빌려줄 곳은 많지 않았다. 이때 김 대표는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지원 사업에 참가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해 6월 중기청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기술개발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다.

음향카메라는 소리를 측정해 소리 크기를 화면에 색깔로 보여주는 측정 장비로 주로 자동차, 가전제품의 소음을 잡는 데 쓰인다. 기존 음향카메라는 무겁고 부피도 커 삼각대에 올려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는 사용하기 불편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만들기로 했다. 부피가 크고 값비싼 기존 소음 측정 부품을 값싼 휴대전화용 부품으로 대체했다. 그 대신 카메라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렇게 탄생한 휴대용 음향카메라의 무게는 1.8kg으로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들 수 있는 정도다. 오각형의 제품은 지름이 약 35cm로 기존 제품(85cm)의 절반도 안 된다. 가격도 4000만 원대로 1억 원이 넘는 기존 제품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처리 속도는 오히려 4배 빨라졌다. 김 대표는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사용하면 기존에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좁은 공간에서도 소음이 어디서 나는지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휴대용 음향카메라의 출시에 힘입어 전년보다 23억 원 늘어난 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첫해 매출이 8억90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평균 35%씩 성장한 셈이다.

김 대표는 급성장할 수 있던 비결을 중기청의 기술개발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술 개발에 전념한 덕분이라고 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지금까지 중기청의 기술개발사업에 6차례 참여했다. 김 대표는 “중기청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자금 부족으로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8037억 원을 지원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휴대용 음향카메라도 이 자금을 받아 탄생한 제품이다. 올해 중기청은 에스엠인스트루먼트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술개발지원 사업 예산을 8184억 원으로 늘렸다. 또한 기업이 실패할 부담 없이 도전적인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성실 실패’를 인정해 주는 ‘시장창출형 기술 개발 지원 사업’도 처음 시행한다.

대전=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