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따지지말고 드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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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버거킹 한정판 메뉴의 속보이는 ‘꼼수’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의 메뉴판에는 각 메뉴의 칼로리, 나트륨 등의 영양성분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음식점들이 정보공개를 부실하게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KFC는 지난해 10월 빵 대신 튀긴 닭고기 두 쪽 사이에 베이컨과 치즈를 끼워 만든 ‘징거더블다운 버거’를 내놓았다. 이 메뉴는 얼핏 보기에도 칼로리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매장에선 칼로리 등 영양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3개월가량만 판매하는 한정상품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기호식품 등의 영양성분 표시기준 및 방법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연간 3개월(90일) 미만의 기간 동안 판매하는 제품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성분분석에 걸리는 시간과 업체의 번거로움을 고려해서다.

그런데 KFC는 징거더블다운 버거와 똑같은 제품을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3개월 동안 한정판매한 적이 있다. 동일한 제품을 3개월 동안 판매했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내놓는 ‘게릴라식 판매’를 하면서 영양정보 제공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KFC는 지난해 9월 ‘아이트위스터’ 등의 메뉴는 내놓고 3개월 이상 판매 중이지만, 아직 영양성분을 분석 중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현규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햄버거의 영양성분을 분석하는 데는 20일이면 충분하다”며 “(KFC의 경우)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FC 측은 “징거더블다운 버거의 경우 제품을 다시 내놓으면서 재료와 조리법을 달리했기 때문에 영양정보를 다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부 메뉴의 영양정보 공개에 소홀한 점은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버거킹도 ‘콰트로 슈프림’ 등 지난해 11월 내놓은 신제품의 영양정보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년 한정판 메뉴로 내놓고 있는 히어로 세트(시즌1∼3)에 대해서도 영양정보를 알리지 않는다.

버거킹 측은 본보의 취재 사실을 확인한 뒤 “앞으로 한정판 메뉴에 대해서도 충실히 영양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전해왔다.

이처럼 패스트푸드점들이 영양정보를 부실하게 제공하는 데 대해 소비자들은 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1월 3일부터 8일까지 잡코리아와 함께 성인남녀 4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72.7%)은 ‘패스트푸드점 메뉴판의 영양성분 표시가 알아보기 어렵게 돼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6.6%는 ‘메뉴판의 영양성분 표시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알아보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58.9%는 ‘식품의 영양정보 공개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고 답했고, 66.4%는 ‘새로 나온 제품에 영양성분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불편하다’고 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KFC#버거킹#햄버거#패스트푸드#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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