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서 화장품 원료로 ‘美끈美끈’ 실리콘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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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용인 연구소 가보니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KCC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화장품용 실리콘 품질을 개선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KCC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KCC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화장품용 실리콘 품질을 개선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KCC 제공
“어때요. 매끄럽죠?”

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KCC중앙연구소 실험실. 실리콘 품질을 높이려는 연구가 한창인 이곳에서 정유석 KCC중앙연구소 실리콘연구팀 부장(46)이 기자의 손등에 실리콘을 발라주며 말했다.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에 납품하는 실리콘 ‘엘라스토머 파우더’로 마치 화장품을 바른 듯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지름 2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미세한 실리콘 입자들이 피부 표면을 균질하게 만든 것이다. 정 부장은 “실리콘 입자들이 피부 위에서 돌아가는 ‘롤링’ 작용을 한다”며 “화장품을 바를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의 대부분은 실리콘 성분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용 실리콘은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색조화장품 등에 두루 활용된다.

○ 화장품용 실리콘 시장은 연평균 4% 성장

대표적 건자재로 여겨지던 실리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래나 석영에서 추출해 가공한 합성성분인 실리콘이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화장품 소재로 각광받는 것이다.

KCC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가 15조 원이었던 세계 실리콘 시장에서 화장품이나 의료용으로 사용된 비율은 13%다. 화장품 및 헬스케어 용도로 사용된 실리콘이 건축용(16%), 자동차 및 항공(14%), 도료 첨가제(15%), 전기전자(20%)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화장품용 실리콘으로 394억 원의 매출을 올린 KCC는 화장품용 실리콘의 해외 매출 비중(60%)이 국내(40%)보다 높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샤넬, 바이어스도르프, 유니레버, 헹켈, 에이본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KCC의 주요 고객이다. 박지휘 KCC 퍼스널케어팀 대리는 “이름만 대면 아는 해외 유력 화장품 업체가 아예 자신들이 필요한 실리콘 제품 목록 전체를 보내오며 생산이 가능한지 물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KCC가 실리콘 판매에서 얻는 매출 가운데 화장품용은 15%. 향후 5년간 세계 화장품용 실리콘 시장이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KCC는 예상하고 있다.

○ LED 시장 확대에 실리콘 시장도 커져


실리콘은 분자량 및 밀도 합성 정도에 따라 분말, 유화제, 용액, 가루 등으로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윤기를 내고 정전기를 막아주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샴푸와 린스에 3%가량 함유돼 있다. 실리콘은 드럼세탁기용 세제에도 소포제(거품 제거제)로 들어간다. 자동차 에어백을 코팅하는 데도 실리콘이 유용하다. 기존 코팅제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좋다. 정 부장은 “실리콘은 에어백이 확장될 때 고온의 열이 나오는 것을 막아 인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에어백 쿠션이 빠르게 팽창하는 것을 돕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성장하는 것도 실리콘 업계에는 호재다. 실리콘은 외부 산소나 습기, 먼지로부터 LED 소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빛을 고효율로 투과시킨다. 실리콘 업계 관계자는 “LED 조명은 기존 조명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적으면서 효율이 높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다”며 “세계적 실리콘 기업들도 LED용 실리콘 관련 연구개발(R&D)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장관석 기자 jks@donga.com
#KCC#화장품#실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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