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넘었지만… 보험영업의 ‘꽃보다 할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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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서울 광교 지점의 70대 설계사 4인…
이분들 ‘아직도 일하시는 비결’ 들어보실래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70대 설계사 4인방은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긴장한 탓인지 표정이 굳어 버렸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그렇듯 말이다. 많은 한국인이 그러하듯 이들 역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홍 사장님 아직도 일하세요? 이제 그만 쉬실 때도 됐잖아요? 편하게 남은 세월 보내시지….” 15년 만에 만난 고객이자 오랜 친구. 노신사는 화들짝 놀란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보험을 팔러 다니는 동년배의 노인이 신기할 터.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텐데 쉬는 게 좋지 않겠냐’란 진지한 걱정도 해준다. 익숙한 반응들.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제가 올해 나이가 몇 살처럼 보여요? 당신보다 한 10년은 젊어 보이지 않아요? 이게 다 일하기 때문이라니까.”》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홍문종 씨(71)는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냈다. 화면을 터치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각종 그래프를 가리키며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에 대해 설명했다. 머리가 희끗한, 그래서 친구 같은 설계사의 안내를 받은 노신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15년 전 홍 씨를 통해 보험을 계약했던 노신사는 다시 홍 씨에게 두 개의 보험을 들었다.

홍 씨는 삼성화재 서울 광교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다. 27년 경력을 지닌 71세의 노인 설계사. 광교지점에 가면 홍 씨 같은 설계사가 많다. 광교지점의 설계사 79명 모두 60세가 넘는다. 평균 나이 66.7세. 2011년 12월 60대 이상 설계사들이 모이게 된 광교지점은 실버지점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결코 70대로는 안 보이는 70대 설계사 4명이 눈에 띈다.

큰형님으로 통하는 홍용표 씨(72), 카리스마 왕초로 불리는 임장하 씨(72), 홍문종 씨, 그리고 익살스러운 막내인 이창빈 씨(71)가 그들. 지점 내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들이다. 최근 한 케이블 채널에서 70세 전후의 남자 배우 4인의 배낭여행기를 다룬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끈 덕에 지점에서는 ‘꽃보다 할배들’로 불린다.

○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워”

홍용표 씨는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지점으로 출근한다. 항상 1등이다. 2등은 임 씨 몫이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무실 구석구석을 살핀다. 그러고는 만나고 연락할 고객 명단을 점검한다. 이들 4인방은 하나같이 “일하는 게 정말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일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건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내가 바로 아내들이 좋아한다는 ‘일식이(집에서 한 끼만 먹는 남편을 이르는 말)’야. 아침에 출근하는 걸 아내가 참 좋아해. 주말에도 집에 있으면 ‘오늘은 고객 자녀 결혼식 없느냐’고 묻는다니까”라며 웃었다.

돈을 버는 것은 일하는 즐거움 중 중요한 부분이다. 60대를 넘긴 노년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일정한 소득이 있다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게 만든다. 4인방은 돈을 버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임 씨는 “손주들이 일하는 할아버지를 좋아해. 용돈 넉넉히 주니까”라고 말했다.

○ “함께하니까 더욱 즐거워”

요즘 보험 영업 현장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같은 첨단 장비는 필수. 여러 기능을 열심히 익히고는 있지만 젊은이들에 비한다면 배우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연륜이다. 홍용표 씨는 “설계사 일을 시작하고 3, 4년은 지나야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어. 그런데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 10명 중 8, 9명은 버티질 못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70대 선배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70대 설계사 4인방이 지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시로 ‘방앗간 모임’을 갖는다. 오후 7시쯤 인근 호프집에 모여 술잔과 일상을 나누는 것. 스트레스를 풀며 서로를 격려한다. 나이가 들수록 함께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그런 기분을 알기에 비슷한 나이의 고객들에게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다. “전화해줘서 고마워요”라는 고객의 대답은 큰 활력소다.

일하고 배우며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뭉친 60, 70대 설계사들이 모인 광교지점은 작년에 사고를 쳤다. 10개 지점이 모인 지역단에서 1년 내내 월간 실적 1위를 달성한 것. 처음 60대 이상 설계사들을 모아놨을 때만 해도 ‘나이 많은 설계사들을 쉽게 관리하려고 한곳에 모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은 뜨거웠다. 열정이 이미 진 줄 알았던 꽃을 다시 피게 만들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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