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자로 잰듯 정확한 운전감에 짜릿한 쾌감 느껴 기대이상, 역시 골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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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7세대 골프’

폴크스바겐 ‘골프’는 ‘해치백(뒷모습이 둥글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합쳐진 형태)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달리고, 돌고, 서는’ 탁월한 기본기와 비교적 대중의 접근이 쉬운 낮은 가격대, 그리고 대중을 위한 차임에도 혁신적인 기술을 반영하는 미래 지향성이다.

울리히 하켄베르크 폴크스바겐그룹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신형 골프는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이끌 모델”이라고 자신했다. 신형 골프에 고급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주행능력과 편의성을 일반 대중에게도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뜻이다.

골프는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에서 가장 높은 판매비중을 차지하는 모델이다. 1974년 최초 모델을 선보인 이후 누적 판매대수가 300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국내에 나온 골프 7세대 모델의 시승을 통해 폴크스바겐이 지향하는 점을 살펴봤다.

7세대 골프의 외관은 얼핏 보기엔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찬찬히 살펴보면 달라진 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전조등과 후미등 주변에는 갓 다림질을 마친 와이셔츠 소매 깃처럼 예리한 장식 선을 넣었다. 뒷좌석 유리창을 지탱하는 기둥은 마치 활시위를 당긴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차의 전체적인 균형감도 훨씬 좋아졌다. 파격적인 변화보다 디자인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실내 디자인은 전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고광택 유광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원가 부담을 줄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버튼 배치나 조작 편의성도 나무랄 데 없다. 시트는 직물 소재를 주로 사용했지만 깔끔한 처리로 값싸 보이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2L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2.0 TDI 블루모션’.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50마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민첩하게 응답한다. 속도를 붙여나가는 과정에서도 머뭇거림이 거의 없다.

7세대 골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선회능력이다. 운전대를 돌렸을 때 움직임이 정확하고 날카롭다. 차체와 운전대의 일체감이 높아지면서다. 배경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생산전략인 ‘MQB(가로배치 엔진 전용 모듈 매트릭스)’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차는 엔진의 배치지점이 동일하다. 이러다보니 설계 시 구조적 완성도가 크게 높아지고 차의 짜임새가 탄탄해진다. 차체 강성이 높아지고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효과도 있다.

골프는 ‘가격에 비해 좋은 차를 만든다’는 명제 외에도 ‘운전은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한 수치상 성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를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옮겨놓고 속도를 낼 때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조작 감각을 말한다. 신형 골프는 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스포츠 모드와 연비운전 모드, 일반 모드와 개인 상세설정 모드까지 총 4가지 운전 감각을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 기능을 달았다. 개별 모드를 선택할 때마다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연비는 L당 16.7km. 차 무게가 기존 모델보다 약 100kg 가벼워지며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형 골프의 단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단점을 걸러내는 기준은 구형모델 내지는 동급 경쟁모델과의 비교지만 신형 골프는 딱히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골프는 늘 ‘더 좋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신형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뛰어넘었다. 가격은 3290만 원.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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