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춘 사모펀드 “1000만원도 모십니다”

  • 동아일보

법인-자산가 대상 운용 스타일 바꿔… 최근 일반인 상대로도 상품 판매
투자비율 제한 없는 ‘게릴라’ 상품 “운용 기간 지정… 신중한 접근 필요”

“이번 주에 50억 원 규모로 모집하는 사모(私募)펀드가 있는데, 2000만 원부터 투자하실 수 있어요.”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증권사에 목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상담 직원은 코스피200지수 하나로만 만든 사모펀드를 권했다. 이 직원은 “투자 기간 1년 6개월에 수익률은 연간 2∼6.7%로, 원금과 최저 이율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중구의 한 은행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으로 구성돼 1000만 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상담 직원은 “수천만 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매주 4, 5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법인이나 고액자산가 등 소수를 대상으로 거액을 모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한 데다 예금 금리도 2%대로 주저앉자 일반인들의 목돈을 유치하기 위해 가입 문턱을 낮춘 사모펀드들이 개발되고 있다.

○ ‘무늬’만 사모펀드?

공모(公募)펀드는 특정 종목에 자산을 10% 넘게 투자할 수 없고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운용 보고서를 제공해야 한다. 시중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 대부분이 공모펀드다. 이와 달리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49인 이하이면 되고 투자 대상과 비율에 제한이 없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주식과 파생상품은 물론이고 원자재 부동산 등 돈이 되는 곳에 자금의 일부든 100%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며 “투자자가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운용 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공모펀드가 각종 규율이 많은 ‘정규부대’라면 사모펀드는 일종의 ‘게릴라’인 셈이다. 공모펀드는 판매 및 운용 보수로 보통 1∼3%를 내야 하는데, 사모펀드는 보수가 대부분 1% 미만이다.

요즘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사모펀드는 주식이나 ELS 등에 투자하되 투자 비율 등에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사모펀드의 ‘형식’으로 나온 것이 특징이다. 한 꺼풀 벗겨 보면 그냥 주식형 펀드나 ELS라는 것. 이 때문에 ‘무늬만 사모펀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때그때의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단기간에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니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사모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가 수익률 하락으로 고전하자 거치식 투자자와 은행 예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 “상품 구조 충분히 이해해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195조 원에서 올해 6월 말 201조 원으로 3% 늘어나고 개수는 57개 증가했다.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설정액이 124조 원에서 141조 원으로 13.7% 증가했고, 펀드 개수도 6603개에서 7064개로 461개나 급증했다. 법인과 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모펀드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시로 투자와 환매가 가능한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모집 기간이 제한돼 있고 운용 기간도 1년 반∼3년 등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에프앤가이드 김동근 연구원은 “투자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고 어떤 제약과 위험이 있는지 충분히 숙지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이원주 기자 aryssong@donga.com
#사모펀드#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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