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센추어 “한국기업 DNA에 ‘안전 최우선 문화’ 없는 듯”

  • 동아일보

■ 글로벌 컨설팅社 ‘액센추어’ 넬리센 디렉터 간담회서 일침

“한국 기업들은 아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회사의 유전자(DNA)에 녹여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다비드 넬리센 환경·건강·안전 담당 매니징 디렉터(사진)는 1월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유출 사고 등 최근 한국에서 잇따라 일어난 안전사고의 원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전 세계 어느 공장을 방문하더라도 안전관리가 회사 DNA의 일부가 돼 있다는 점이 바로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방문했던 한국 기업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넬리센 디렉터는 안전 문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공장 안의 표지판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꼽았다.

“글로벌 기업의 공장 안에는 여러 가지 안전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 표지판에 있는 규정은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하지요. 세계적 기업들은 흡연 금지 표지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바로 해고할 정도로 안전 규정을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혁신에 할당된 예산의 20∼30%를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에 대해 넬리센 디렉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규정을 지키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이런 정도를 넘어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넬리센 디렉터는 한국 기업이 참고할 모범 사례로 글로벌 석유회사인 셸을 추천했다.

“셸은 작업 환경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세계 모든 지역에 단일한 안전기준을 만듭니다. 하청업체도 얼마나 안전기준을 준수했는지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관리합니다. 또 1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직원의 모든 의료기록과 건강검진 기록을 회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직원이 질병에 걸렸을 때 그가 어떤 위험물질에 노출됐는지를 알아내 적합한 안전조치를 마련하기 위해이지요.”

넬리센 디렉터는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최고 5%를 과징금으로 부과) 정도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유럽에 비해 아직 화학물질 관련법이 엄격하지 못하다”며 “유럽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아예 공장을 폐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계 벨기에인(입양아 출신)인 넬리센 디렉터는 벨기에 브뤼셀대에서 경영공학 석사과정를 마쳤으며 유럽연합 화학물질청 대표 등을 지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액센추어#넬리센#글로벌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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