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백열등 9년치 유지비 743만원 → LED땐 158만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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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력난, LED로 넘자]<하> 일석삼조 조명교체

음식점과 옷가게, 호텔 등 상업시설은 가정보다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 손님이 없어도 조명을 켜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24시간 편의점은 하루 종일 실내등을 켜야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진희 씨(51·여)도 전기요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3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의 면적은 119.34m²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의 한 달 전기요금은 45만 원 안팎이다. 에어컨을 켜는 여름이나 히터가 필요한 겨울에는 더 많이 나온다. 조명용으로 쓰는 전력은 한 달 평균 660kWh 정도다. 누진요금을 감안하지 않고 1kWh당 112.5원인 일반용 전력 판매단가로 단순 계산해도 매달 약 7만4000원이다. 조명을 켜는 데만 연간 90만 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수명이 다한 전구를 바꾸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든다.

동아일보는 필립스전자와 함께 이 식당의 홀, 주방, 화장실 등에 설치된 할로겐 조명과 백열등 21개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한 뒤 전력 사용량을 비교해봤다.

먼저 기존 조명을 그대로 둔 채 7일간 사용한 전체 전력량을 점검해 보니 1011kWh였다. 다음엔 기존 조명 대신 2만2000원짜리 LED 전구(8Wh) 11개와 2만6000원짜리 GU 5.3 타입 LED 조명(10Wh) 4개, 1만9000원짜리 GU 4 타입 LED 조명(4Wh) 6개를 설치했다. LED 구입에 46만 원이 들었다. 일주일 뒤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905kWh의 전력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조명을 쓸 때보다 약 11% 줄어든 것이다.

일주일간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달간 조명을 켜는 데 드는 전력을 계산해 보니 조명 교체 전의 3분의 2 수준인 약 454kWh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명에 쓰인 전기요금도 월 7만4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줄어들어 월 5만10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 구입 및 교체에 드는 약 10만 원의 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7개월 정도면 LED 조명 구매 비용 46만 원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요금 누진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누진요금제를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필립스전자 관계자는 “LED 조명 구매 비용까지 포함해 1년 뒤면 약 28만 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며 “LED 조명의 수명이 4만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년간 584만 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LED 조명 가격이 비싸 그동안 구입을 망설였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명을 바꾸자 실내온도도 약 3.3도 낮아졌다. 식당 직원들은 “홀과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나르면서 실내가 다소 덥다고 느꼈는데 조명을 바꾼 뒤 열기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조명의 발열이 줄어든 덕분에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조명을 테이블에 좀 더 가깝게 설치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LED 조명은 자외선을 방출하지 않아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매장은 물론이고 변색에 민감한 의류매장, 미술관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씨는 “LED 조명의 은은한 빛이 나무 재질의 테이블, 의자 등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고, 기존 조명보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 쉽다”고 말했다.

LED 업계는 할로겐 조명이나 백열등을 LED 조명으로 바꾸는 매장이나 가정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LED 조명은 기존 전구 소켓에 끼워 쓸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언리미티드는 세계 LED 조명 시장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김일곤 필립스전자 조명사업총괄 전무는 “LED 조명 가격이 3년 만에 50∼60% 하락한 영향으로 조명 교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도 평균 2년에서 최근에는 1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며 “조명을 LED로 바꾸는 것은 매장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백열등#조명교체#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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