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SOS” 삼성전자 “OK”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분 10% 투자… “경영엔 참여 안해”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이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아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22일 두 회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팬택 지분 10.03%를 53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퀄컴(11.96%), 산업은행(11.81%)에 이어 팬택의 3대 주주가 된다.

팬택은 삼성전자의 투자로 운영자금을 확보해 경영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팬택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쟁업체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이 아닌 ‘회생 도우미’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팬택은 삼성전자의 투자를 계기로 채권단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지분 투자는 팬택 창업자인 ‘승부사’ 박병엽 부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뤄졌다. 박 부회장은 최근 이준우 부사장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외부에서 투자 유치에 주력해왔다.

박 부회장은 ‘팬택이 살아남아야 삼성전자에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스마트폰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스마트폰 반도체를 구입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박 부회장은 “삼성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상생과 공존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품질, 상품력을 가진 팬택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주요 거래처인 팬택이 어려움을 겪으면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는 물론이고 국내 중소 전자부품업체들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며 “거래처 보호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 주요 계열사로부터 지난해 2353억 원, 최근 5년간 8116억 원어치의 부품을 구매했다.

ICT 업계에선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화웨이, ZTE 등 중국 브랜드의 약진으로 스마트폰도 과거 PC 시장처럼 다수의 저가 브랜드가 참여하는 시장으로 변해가는 데 따라 삼성전자가 고급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면서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팬택과 제휴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도태되면 삼성으로의 쏠림이 심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건전한 경쟁을 하며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팬택#삼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