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립스틱효과? ‘네일’ 앞에선 울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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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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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돈으로 멋-만족” 손톱미용 인기
손질 한번에 10만원 넘는 ‘젤 네일’ 셀프관리세트 홈쇼핑서 대박 행진

GS샵 제공
GS샵 제공
직장인 신모 씨(29)는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 꼭 네일숍에 들른다. 원하는 스타일을 상세히 주문하고 파츠(손톱에 붙이는 보석처럼 생긴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신 씨는 “옷을 새로 사 입거나 스타일을 바꾸려면 비용 부담이 크지만 네일 아트는 3만 원 안팎만 들여도 사람이 달라 보인다”며 “투자 대비 효용이 높다”고 말했다.

불황기 ‘립스틱 효과’(가격 부담이 덜하면서도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상품이 잘 팔리는 것)가 최근 ‘네일 효과’로 변하고 있다. 립스틱에는 따로 돈을 쓰지 않아도 손톱은 반드시 관리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서다. 사회에 갓 진출한 20대 여성들의 허영심과 위축감을 처음 해본 네일 아트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낸 소설가 김애란의 ‘큐티클’(2008년)은 벌써 지난 이야기가 됐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규칙적으로 손톱 관리를 받는 여성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손톱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다양한 네일 제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젤 네일(사진)’이 싸지 않은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젤 네일은 젤 성분을 손톱에 바른 뒤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등으로 굳히기 때문에 3, 4주 이상 유지되지만 한 번 손질하는 데 10만 원 넘게 비용이 든다. 일반 매니큐어는 대체로 일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젤 네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홈쇼핑도 관련 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홈쇼핑업체 GS샵에선 지난달 두 번에 걸쳐 판매한 젤 네일 8300세트가 모두 매진됐다. 현대홈쇼핑 역시 젤 네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이달 ‘GK 원스텝 젤네일 세트’를 기획해 론칭할 예정이다.

간단하게 뗐다 붙일 수 있는 네일 스티커도 인기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네일 스티커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네일 전문브랜드 ‘미카’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화장품 소비가 활발한 한국 여성들의 관심이 이제 네일 쪽으로 옮겨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며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손재주가 없어도 연출하기 쉬운 스티커 네일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톱 관련 시장이 커지자 대형 화장품업체 역시 네일 전문 브랜드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달 15일경 네일 전문 브랜드 ‘코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 측은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매니큐어 판매량은 750만 개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며 “실제 성장세도 크고 잠재력이 많은 시장이라고 판단해 전문 브랜드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이 지난해 6월 론칭한 네일 브랜드 ‘모디’는 출시 6개월 만에 360만 개를 팔았다.

화장품 업계는 현재 국내 네일 제품 시장 규모가 연간 약 2500억 원, 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하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불황기#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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