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오너 4인 “묵힐수록 깊은 국악의 맛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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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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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박진선 샘표식품 사장-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김윤 삼양그룹 회장 ‘유별난 국악사랑’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음악회를 2004년부터 열고 있는 주요 식품업체 경영인들이 10주년 공연이 열린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25일 모였다. 왼쪽부터 한윤우 풀무원홀딩스 사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한 사장은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음악회를 2004년부터 열고 있는 주요 식품업체 경영인들이 10주년 공연이 열린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25일 모였다. 왼쪽부터 한윤우 풀무원홀딩스 사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한 사장은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식품만큼 국악과 궁합이 맞는 분야가 산업계에 또 있을까요. 밀가루, 된장, 간장, 두부 등 저희가 만드는 주력 제품은 음식의 근간이 되는 식품들입니다. 국악이 우리 전통 문화의 근간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이 회장을 비롯해 주요 식품업체 오너 경영인 4명이 모여 국악 음악회를 연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10’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인지
25일 오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2013 국악사랑해설음악회’가 끝난 후 공연장을 나온 이 회장의 얼굴이 상기돼 보였다. 이 행사는 10년 전 이 회장과 함께 ‘국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국생사) 모임을 만든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과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 2007년부터 동참한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

이들은 직원, 협력업체, 가족 등 사별로 170∼200명을 국악 공연에 초대한다. 국악인들이 공연을 할 무대와, 공연을 들어줄 청중이 적다는 점을 늘 아쉽게 생각한다는 데 착안해 대중적인 성격의 대형 공연을 마련했다. 와인업체 ‘나라셀라’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10년 전 친한 식품업계 대표들과 ‘와인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을 조직해 활동하다 국악의 아름다움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광주에 함께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대금 연주를 듣게 됐어요. 그때 무릎을 쳤죠. 처음엔 우리끼리 국악을 배우다가 이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악회를 주최하게 된 겁니다.”

박 사장은 “샘표가 ‘발효 명가’를 내세우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장맛과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치 않는 국악은 특히 서로 기본 가치가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후 아내인 고계원 아주대 수학과 교수에게 영향을 받아 클래식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됐다. 박 사장은 “당시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 위해 하루 4시간씩 음악을 들은 경험이 있다”며 “서양의 클래식 음악보다도 접할 기회가 적은 국악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점점 진면목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신입사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는 등 ‘소통 경영’을 내세워온 김 회장은 “음식이나 국악이나 온몸이 행복해지는 느낌을 갖게 하고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음악을 먹거나 흥겨운 우리 음악을 들을 때 모두들 온몸이 들썩거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국악 공연에 직원 가족들도 함께 와 즐길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을 여럿이 나눌 수 있어 좋고요.” 궁중 잔치 음악인 ‘오양선’을 필두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25현 가야금의 최고 연주자로 꼽히는 문양숙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이 피아노, 퍼커션 연주에 맞게 편곡해 선보인 ‘도라지’와 ‘뱃노래’, 색소폰의 대가 이정식 한양여대 교수가 선보인 ‘산조’ 연주 등이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해설과 곁들여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식품회사 대표들은 국생사를 통해 국악 공연이 좀 더 활성화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국생사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우리 4명이 전통악기를 배워서 함께 무대에 오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며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국악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현진·김범석 기자 bright@donga.com
#이희상#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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