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행장 연봉 줄인다더니…성과급으로 채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7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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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 낮췄지만 성과급 지급률 높여 실제 연봉 차이 없어
감사원 "금융위 경영평가 허술 탓"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기본급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해졌다.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기본급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에도 금융위원회가 경영평가를 허술하게 한 탓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행장의 전체 연봉은 거의 줄지 않았다.

산은·수은 행장의 성과급 지급률(기본연봉 대비 성과급의 비율)은 2008년 각 69%에서 지난해 200%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지급률이 크게 오른 것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로, 금융위가 성과급 책정의 바탕이 되는 경영평가를 소홀히 한 것이 문제였다.

경영평가의 한 부분인 '금융리스크 관리' 평가에서 금융위는 이들 기관의 목표치를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 원화유동성 90% 이상 등으로 매년 동일하게 잡았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만 수은이 자기자본비율이 8.7%를 기록했을 뿐 이들 기관은 지난 4년 간 매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변별력이 없는 지표를 경영평가에 사용한 것.

금융위는 '이익목표 달성도' 평가에서 기관이 제출한 내년도 목표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은 2009년 이익 목표치를 제출하면서 경영평가 지침과는 달리 지분법 적용대상 기업의 예상 적자(6650억 원)를 반영하고 대손충당금(1200억 원) 적립 후 이익을 기준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

경영평가 지침은 지분법 손익은 제외하고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을 기준으로 목표치를 잡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않고 산은이 정상보다 7850억 원이나 낮게 잡은 목표치를 소폭 조정했다. 산은은 그해 이익목표 달성도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2010년 평가에서는 산은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목표량을 2008년에 달성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10조 원으로 제출하자 아무런 이견 없이 승인했다.

2009년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기본급은 차관 연봉의 150%로 인하됐다. 성과급은 금융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연봉의 최대 200%를 지급하도록 했다.

금융위의 허술한 경영평가 탓에 산은·수은 행장의 성과급 지급률은 2009년 이후 매년 180%¤200%를 기록한 것.

2008년 2억 6200만 원이던 산은 행장의 성과급은 지난해 3억 3100만 원이 됐다. 또 수은 행장 성과급도 2억 4100만 원에서 지난해 2억 6100만 원으로 올랐다. 이에 기본급이 줄어도 이들 기관장의 전체 연봉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산은 행장의 기본연봉은 2008년 2억 48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 7600만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성과급을 더하면 실제 연봉은 2008년 5억 1000만 원, 지난해 5억 70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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