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 4년제 사내대학 ‘KDB금융대학교’ 개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일하며 배우니 더 쏙쏙… 新고졸시대 열다

‘KDB금융대’가 23일 경기 하남시 미사동 ‘KDB산업은행 아카데미’에 문을 열었다. 초대 총장을 맡은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가운데 연단에 선 사람)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제공
‘KDB금융대’가 23일 경기 하남시 미사동 ‘KDB산업은행 아카데미’에 문을 열었다. 초대 총장을 맡은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가운데 연단에 선 사람)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제공
“여러분이 ‘신(新)고졸시대’의 주인공들입니다.”

23일 경기 하남시 미사동 ‘KDB산업은행 아카데미’에서는 ‘KDB금융대학교’ 개교식 및 제1회 입학식이 열렸다. 이 학교는 정규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금융권 최초의 4년제 사내(社內) 대학이다. KDB산업은행, 대우증권, 캐피탈 등 KDB 계열사에 근무하는 고졸 사원 78명이 첫 입학생이 됐다. 이들은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토요일은 종일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여러분은 고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해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획일적 풍토에서 벗어나, 먼저 취업한 뒤 일하면서 공부하는 ‘선취업, 후진학’의 새 변화를 일으킨 주역들”이라고 말했다.

○ “다시 고교 시절로 돌아가도 상업고 갈 것”

KDB캐피탈 기획실에서 근무하는 이길수 씨(25·여)는 2007년 서울여자상업고 3학년 재학 중에 현 직장 입사가 결정됐다. 벌써 직장생활 6년차인 이 씨는 KDB캐피탈 내에서도 소문난 재원(才媛)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 2011년에는 세무사 자격증까지 땄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0.5%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그였지만 남들 따라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가 싫었다. 어렸을 적부터 꿈이었던 ‘최고의 투자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금융을 공부하고 싶었다.

공부 잘하는 딸이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하자 어머니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앞으로 네가 사는 시대는 대학 졸업장이 아닌 진짜 실력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의 선택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할 때 나는 고등학교 금융 특화반에서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깊이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하면서 공부해야 배우는 게 훨씬 많다’는 그의 평소 생각과 딱 맞는 ‘사내 대학’이 생겼을 때 그는 정말 기뻤다. 이 씨는 “학교보다는 업무 현장에서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해 야간 대학을 일부러 다니지 않았다”며 “사내 대학은 배운 것을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세 때 KDB대우증권에 입사한 김단비 씨(23·여)는 친동생에게 자신처럼 상업고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 언니의 조언대로 김 씨의 동생은 상업고에 진학해 현재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졸업 후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뿌듯하다고 했다.

“부모님은 남들처럼 대학을 가기 바랐지만 저는 대학 입시 공부보다는 취업부터 하고 공부는 나중에 정말 원하는 분야로 하고 싶었어요. 다시 고교 시절로 돌아가도 상업고에 진학할 거예요. 그때의 선택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신고졸시대 여는 계기 되길”

KDB금융대는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갖춰 고졸 채용을 늘리고 인재도 양성하겠다는 뜻에서 설립됐다.

KDB금융그룹 전체 계열사가 공동으로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교과부에 설립계획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10월 말 사내 대학 설립 인가를 받았다.

KDB금융대의 초대 총장을 맡은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학교 세부규정, 교과 과정 구성 및 교수 방법, 학교 상징 도안 등 세밀한 부분까지 챙겼다. 교가를 직접 작사할 정도로 학교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강 회장은 입학식에서 “열정, 도전, 혁신의 정신으로 최고를 넘어 개척자의 길을 간다는 자세로 성장하길 바라고, 제1회 신입생으로서 훌륭한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 가는 선배들이 되었으면 한다”며 “특히 KDB금융대가 고졸 채용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신천지점에서 근무하는 장태용 씨(21)는 “평소 칭찬과 표현에 인색한 어머니가 ‘일하면서 공부하는 우리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찡했다”며 “1기 입학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말했다.

하남=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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