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천국제공항 분실 수하물 신고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왼쪽)이 수하물을 분실한 외국인 승객에게 신고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가급적 자세히 적어 달라고 말씀드리죠. 가방 속 청바지 브랜드까지 낱낱이….”
아시아나항공 인천국제공항서비스지점 수하물 파트에서 일하는 변영 대리는 수하물 분실 신고를 할 때는 수하물의 겉모양은 물론이고 내용물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실물을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는 작은 단서 하나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 대리는 얼마 전 가방에 들어 있는 약통 6개를 단서로 유럽의 한 공항 분실물센터에 보관돼 있던 고객의 수하물을 되찾은 적이 있다.
겨울방학에 설 연휴가 겹친 2월은 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비는 시즌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하루 평균 수하물 처리 건수는 약 10만9160건이었다. 성수기인 7, 8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15일 인천공항 분실 수하물 신고 데스크 직원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 단서와의 싸움
이날 오후 1시경 여행객들이 수하물을 찾는 구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542 편을 타고 인천에 도착한 승객 성모 씨가 자신의 짐이 다른 승객의 가방과 바뀌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씨는 자신의 가방과 모양이 같은, 다른 사람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다. 성 씨가 항의하자 분실 수하물 신고 데스크 직원 2명이 신속하게 대처했다. 직원 한 명이 성 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머지 직원은 가방에 붙은 태그를 근거로 수하물의 주인을 추적했다.
수하물 태그는 어린이의 미아방지용 목걸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태그가 제대로 붙어 있는 수하물의 경우 추적이 순조롭지만, 태그가 떨어지는 순간 수하물 추적은 ‘단서와의 싸움’이 된다. 가방의 색상은 물론이고 무늬, 디자인 하나하나가 추적의 단서가 된다.
성 씨가 들고 온 은색 가방에는 태그가 붙어 있었다. 시스템을 통해 주인의 연락처를 조회한 직원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을 찾은 뒤에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남의 짐을 잘못 든 승객이 공항을 벗어날 경우 수하물이 제자리에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화를 받은 외국인 승객은 아직 공항에 있었다. 데스크 직원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수하물 파트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김태은 대리는 “정작 긴장해야 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귀띔했다. 수하물 파트는 고객의 실수로 수하물이 바뀐 경우 두 당사자를 직접 연결하지 않고 반드시 직원이 중간에서 의사 전달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수하물이 바뀌어 예민해진 승객들이 직접 대화할 경우 자칫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흥분한 성 씨를 안정시켜 입국장으로 내보낸 뒤 짐을 잘못 가져간 외국인 승객을 데스크 쪽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날 성 씨의 가방이 그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수하물에 손수건 달면 효과적
매일 오후 5시 30분은 수하물 파트 직원 모두가 긴장해야 하는 시간이다. 미주 노선의 비행기가 주로 들어오는 시간대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미주 노선은 장거리 노선인 데다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기본적으로 수하물을 2개씩 실을 수 있어 업무 부담이 큰 편이다. 환승객이 많아 수하물 태그가 뜯어지는 일도 잦다. 종이 박스에 짐을 싣는 승객이 많은 중국 노선 또한 파손 위험성 때문에 직원들이 예의 주시하는 편이다.
승객이 기내에 놓고 내린 짐도 이곳에서 맡는다. 개인 짐은 수하물과 달리 주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아 일일이 사진을 찍어 항공사 홈페이지에 올린다. 공항 유실물 센터를 갈 일도 있다. 김영준 수하물 파트장은 “남의 짐을 잘못 가져간 승객들이 겁을 먹고 공항에 짐을 버려 유실물 센터에서 발견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가가 될 때도 있다. 파손 수하물의 경우 우선 수리를 맡긴 뒤 수리가 불가능하면 데스크 직원이 고객과 배상 금액을 협상한다. 가방이 파손돼 짐을 실어갈 수단이 여의치 않은 승객들을 위해 데스크 한편에는 가방이 사이즈별로 구비돼 있다.
수하물 파트의 직원들은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에 알아보기 쉬운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많은 승객이 사용하는 검은색 소프트케이스 가방의 경우 다른 사람이 잘못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수하물 손잡이에 손수건을 달거나 이름표를 달면 효과적”이라며 “탑승 카운터에서 주는 수하물 태그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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