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승자’ 연예인 꽃집만 꽃필라… 대기업 아니지만 인지도 높아 골목 꽃집들은 경쟁 안돼
동반성장위원회가 5일 발표할 예정인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소상공인을 도와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엉뚱한 승자’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의 대기업은 사업 진입 또는 확장 자제, 철수 권고 등의 규제를 받지만 대형 이익단체와 외국계 기업 등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소상공인이 누려야 할 혜택을 이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꽃집과 음식점 등도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연예인 꽃집 전성시대
연예인들이 부업으로 운영하는 꽃집과 음식점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대적하기 힘든 상대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온라인 사이트 등에 모델로 나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모델에 그치지 않고 직접 꽃 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개그맨 박성광(박성광의 플라워매니저) 정찬우 김태균(컬투플라워), 개그우먼 박미선(박미선 플라워), 탤런트 이규준(플라워협력사업단), 가수 김장훈(김장훈 플라워 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외식업에 진출한 연예인도 꽤 있다. 강호동은 외식 프랜차이즈 육칠팔을 통해 ‘강호동 백정’, ‘강호동치킨 678’ 등 7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개그맨 박명수 허경환, 가수 토니안 등도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재향군인회, 한국교직원공제회처럼 사실상 기업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이익단체도 규제망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던 한국상조업협동조합은 최근 신청을 철회했다. 동반성장위로부터 “마땅히 규제할 대기업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장우 상조업협동조합장은 “규모와 인지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재향군인회 등이 비회원을 대상으로 상조업을 하면서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향군인회는 꽃 소매, 교직원공제회는 문구 유통업도 한다.
외국계 기업도 어부지리를 얻을 확률이 높다. 동반성장위는 중기 적합업종 관련 국내 기업에 각종 ‘권고’를 하는 것으로 사실상 ‘강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외국계 기업에 강제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돼 국제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가 소유한 ‘놀부’, 미국계 기업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식업체들이 동반성장위의 권고를 무시한다고 해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 ‘1등 죽이기’에 덕 보는 기업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업종 내 점유율 최상위권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바람에 ‘1등 못지않은 공룡’들이 오히려 유리한 환경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하면 지난해 벌어진 ‘구내식당의 역설’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 입찰에서 자산 5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제외하면서 동원그룹 계열 동원홈푸드, 풀무원 계열 이씨엠디 등과 아라코 같은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을 일컫는다.
제과업종에서도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제과업 규제 대상은 1위인 파리바게뜨와 2위 뚜레쥬르뿐이다. 크라운해태의 ‘크라운 베이커리’, 매일유업이 지분을 30% 소유한 ‘포숑’은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 규제가 기업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기업 죽이기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는 자칫하면 시장의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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