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손댄 인터넷 주식회원… 한탕 욕망에 눈 멀어 미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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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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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투자 강사 심학수 씨가 털어놓는 ‘테마주 4개월 광풍’

“테마주에는 절대, 절대 손대시면 안 돼요!”

20일 오전 심학수 씨(40)가 인터넷방송에 접속한 회원 200여 명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컴퓨터에 연결된 마이크로 몸을 기울이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저와 약속하셨죠? 테마주로는 눈길도 주지 마세요.”

그는 한 경제전문 케이블방송이 운영하는 주식투자 강연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중 인터넷방송을 통해 투자유망 종목을 분석해준다. 그가 테마주에 과민할 정도로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4개월간 정치테마주가 불러일으킨 ‘한탕’ 욕망이 투자자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시작은 8월이었다. 그는 코스닥시장의 기술 관련 종목과 정치테마주 몇몇을 매수 추천했다. 기술주는 장기로 투자하되 테마주 단타 매매로 단기 수익을 노려보자는 의도였다. 다만 손절가(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매도가격)는 명확히 했다. 투자가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회원들은 심 씨가 일러준 손절가를 정확히 지켜왔고 심 씨도 이를 믿었다.

10월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원 중 몇몇이 대선의 향방을 묻기 시작했다. 질문은 ‘안철수 예비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느냐’는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당시는 안 예비후보의 행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상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10월 이후로 제가 추천하는 종목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어요. 언제 사고팔아야 하는지 등을요. 벽에다 말하는 기분이었죠.” 그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심 씨는 곧 이유를 알게 됐다. 11월 23일, 안철수 예비후보가 대선포기를 선언한 직후였다. 회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흥분한 목소리로 ‘안철수 테마주는 어떻게 되느냐’며 따져 물었다. 그는 당황했다. 이미 9월 안철수 테마주의 생명이 끝났다고 진단해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회원들이 안철수 테마주를 모두 매도한 줄 알았다.

그는 다음 날 회원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테마주를 얼마나 들고 있는지 물었다. 써니전자 다믈멀티미디어 미래산업 솔고바이오 우성사료…. 웬만한 안철수 테마주의 이름이 모두 나왔다. 아들 결혼자금과 은행 대출금을 끌어와 큰 손해를 본 채 유서를 써둔 회원까지 있었다. 회원들은 테마주 광풍이 휩쓸고 간 4개월 동안 총 2억 원을 잃었다.

그는 애초 정치테마주를 추천해준 게 잘못이었다고 후회했다. “개인투자자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 행진이 두 번만 펼쳐져도 테마주에서 손 절대 못 텁니다. 조금 떨어져도 상한가 한 번 가면 만회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거든요.” 그는 자기 잘못도 있다고 판단해 회원의 손실액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테마주 잔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대선 다음 날인 20일 EG 보령메디앙스 등 박근혜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뛰었다. 금융감독원은 테마주조사특별반을 특수부 성격의 기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회원들이 다시 테마주에 뛰어들까봐 걱정인 그는 방송을 통해 재차 당부했다. “테마주 시장은 개미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꼭 건전하게 투자하세요.” 그때 회원 중 한 명이 채팅창으로 질문을 던졌다. 안철수 테마주로 돈을 잃었던 회원이다. “EG가 상한가인데 내일이라도 들어가면 안 돼요?” 말문이 막힌 그는 이렇게 입속으로 웅얼거렸다. “테마주 시장은 도박판과 같아요. 들어가는 순간 욕심에 눈이 멀어버립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테마주#인터넷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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