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채용 탈락자도 힐링이 필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현대차-STX-한화 등… 위로-격려 메시지 발송

“최종 면접 결과를 떠나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솔직하고 서툰 청춘의 열정과 꿈, 도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인사팀이 대졸 공채 탈락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현대자동차 제공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인사팀이 대졸 공채 탈락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최근 하반기(7∼12월) 대졸 공개채용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일부다.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탈락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정성을 쏟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합격자에게만 개별 통보를 하고 탈락자에겐 홈페이지에 공지하거나 문자메시지로 불합격 사실만 간단히 알려왔던 기업들이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쓰라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공채 지원자 4만여 명 전원에게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A4용지 한 장 분량의 메시지를 보냈다. 합격자에는 축하를, 채용의 벽을 넘지 못한 지원자들에겐 격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들이 이처럼 탈락자를 위한 ‘힐링’에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선 심각한 취업난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홍래욱 현대차 인재채용팀 과장은 “구조적으로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회사를 믿고 지원해준 모든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예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TX그룹은 채용총괄 임원이 직접 쓴 글을 e메일로 보냈다. “지원자 여러분 모두가 국가를 이끌고 갈 미래의 주역이자, 한 분 한 분이 모두 아름답고 귀한 젊음입니다. 전형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열사별로 탈락공지를 했던 한화그룹도 올해부터는 그룹 차원에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만 탈락자의 예민한 심리상태를 감안해 짧고 간결한 메시지로 핵심만 전달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따뜻한 말을 담지만 내용이 너무 길고 감상적이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고 탈락에 대한 사실을 더 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어 절제된 내용으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취업준비생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구직자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소문이 돌 경우 지원자의 선후배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대학 교수들까지 등을 돌리고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탈락자를 격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채용#탈락자#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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