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고집하는 CEO… AS해결법 모르는 기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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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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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무역의 날… 컨설턴트가 말하는 ‘中企 수출 현실’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대전 수출상품 상담회’에서 해외 바이어가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상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대전 수출상품 상담회’에서 해외 바이어가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상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고차 수출업체에 갔는데 직원들이 이란에서 온 바이어 앞에서 손짓 발짓과 ‘오케이’ 정도의 영어단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시운전을 해보고 사가니까 그렇게 팔아왔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부터 대구지역에서 한국무역협회 ‘트레이드SOS 현장컨설팅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동한 위원(63)이 4일 들려준 일화다. 무역협회는 이 위원처럼 무역 경험이 오랜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지방 기업들에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는 서비스를 2007년부터 해오고 있다.

○ “지방 중소기업은 아직 갈 길 멀어”

올해로 ‘무역 1조 달러’를 2년 연속으로 달성하는 무역대국(大國)이지만 아직 한국의 수출 역량은 대기업에 집중된 편이다.

무역협회 컨설팅 자문위원들은 “특히 지방 중소기업들은 갈 길이 멀다”며 “대기업을 통해 간접수출하거나 수출 전문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최고경영자(CEO)도 주로 기술자 출신이어서 마케팅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수상 자문위원(56)은 ‘콩글리쉬’를 고집하는 한 업체 때문에 겪은 경험을 털어놨다.

비즈니스 e메일은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교정해줘도 이 회사는 ‘우리가 정말 바쁘지만 어쩔 수 없이 응해준다’는 식의 문체를 고집했다. 이 위원은 “그런 태도를 보여야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웃었다.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저절로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오해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이상준 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차장은 “가능성 있는 구매업체 목록을 만들어 주지만 이를 꼼꼼히 연구해 가는 업체는 많지 않다”며 “전시회 부스에 앉아 있으면 바이어가 다가와 자신들을 알아줄 것으로 여기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한국식’ 계약 맺다 낭패 보기도

관련 경험이 적고 주변에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은 지방 중소기업들에 아직도 수출은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전남지역 기업들을 상담해주는 김영호 자문위원(44)은 “말레이시아로 제품을 수출하게 된 기업이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기에 간단한 해결 방법을 알려줬더니 굉장히 기뻐하더라”고 전했다. 해결 방법은 ‘선적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애프터서비스는 안 하기로 계약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계약 이행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나라에서 중재를 할 건지, 중재를 할 때 어느 나라 말을 써야 할 건지 미리 정해야 하는데도 행여 해외 바이어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이를 무시했다가 낭패를 보는 업체도 있다.

박필재 무역협회 강원지부 과장(34)은 9월 무역협회 직원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던 화장품 제조업체를 찾아가 수출을 권유한 일화를 소개했다. 박 과장은 “예약을 하고 가면 업체가 부담스럽게 생각할까봐 불쑥 찾아갔다”며 “마침 ‘더 성장하려면 수출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던 이 회사는 지난달 독자 브랜드를 내고 서울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무역의 날#중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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