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살리려… 홈쇼핑 두드렸어요”

  • 동아일보

■ 30년 경력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의 ‘외도&고집’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씨가 최근 홈쇼핑을 통해 출시한 침구 브랜드인 ‘박술녀침장’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씨가 최근 홈쇼핑을 통해 출시한 침구 브랜드인 ‘박술녀침장’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혼수를 간소화한다고 고유의 전통의상인 한복마저 생략하는 건 씁쓸한 일이에요. 값싼 중국산 한복은 얼마나 쏟아지는지요. 먹고살기 위해 홈쇼핑에 나섰습니다.”

30여 년간 한복을 연구해 온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56)가 GS샵을 통해 침구 브랜드인 ‘박술녀침장’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은 ‘60수 실키코튼 침구’로 실크와 비슷한 광택과 촉감의 면 소재로 만들었다. 기존의 침구 상품이 수백 개가 넘는 한복 조각을 바느질로 꿰매 붙였다면 이번 홈쇼핑 제품은 특수 염색공법으로 무늬만 살린 게 특징이다. 침대 세트의 가격은 34만8000∼37만8000원이다. GS샵에 따르면 10월 12일 첫 방송에서는 1500세트가 모두 팔렸다. 이번 달 10일 두 번째 방송에서도 6억 원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인기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 씨는 “한복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침구 브랜드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박 씨가 홈쇼핑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평소 홈쇼핑에 자신이 만든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한복의 경우 한 땀 한 땀 수작업을 해야 해서 대량 판매하는 홈쇼핑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박 씨는 “침구를 파는 것일 뿐이지 홈쇼핑에서 한복을 팔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킬 것”이라고 전제했다.

“대출이자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에요. 돈 주고 한복을 맞추러 온 손님이 몇 주 동안 손에 꼽을 정도예요.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면서도 한복은 대여를 고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한복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서운할 때가 많아요. 명맥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뿐이죠.”

장동건, 비, 김희선 등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각종 사극과 오락프로그램에 한복을 협찬해왔지만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현재 청담동 매장의 지하 창고에는 협찬용으로 만든 한복 수백 벌이 보관돼 있다. 무료 협찬이 원칙이기 때문에 제작과 관리 비용도 고스란히 그의 몫이다. 한 달 세탁 비용만 500만 원 가까이 든다.

한때 20명이 넘었던 그의 제자도 지금은 7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말투로 “서울 광진구 군자동 한 평 남짓한 방에서 한복장사를 하던 때에는 더 어려운 시기도 견뎠다”며 “홈쇼핑을 통해 박술녀의 한복과 침구가 대중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희진·김현진 기자 salthj@donga.com
#한복#박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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