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법안 “통과 통과”… 경기 법안 “보류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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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정치권 선심법안’ 반발

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법안들은 외면하면서 특정 계층, 직군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법안들을 서둘러 통과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심성 법안 처리에 반대해온 정부뿐 아니라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관련업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선심성 법안들 일사천리 처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전날 법안심사소위가 법안을 상임위로 넘긴 지 하루 만이다. 이 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오전 10시’로 4시간 늘리고 매월 ‘2일 이내’인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유통업체들이 이미 15일 당국과의 자율적 합의를 통해 중소도시 출점을 사실상 포기한 마당에 국회가 불필요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 법이 시행되면 대형마트는 2조 원, 대기업슈퍼마켓(SSM)은 3300억 원의 추가 매출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국토해양위원회가 통과시킨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버스업계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 것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의 극치”라며 전면 운송중단 등 집단행동 가능성까지 밝혔다. 이 법에 반대했던 국토해양부도 21일로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 전까지 모든 소속 의원들을 접촉해 문제점과 대안을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토부 고위 당국자는 “민주통합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해 추진하는 사안이고 새누리당 역시 택시운전사들의 표를 의식해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라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답답해했다.

심지어 여야 정치권은 ‘법안 마련에 우리가 더 큰 역할을 했다’며 공(功) 다툼까지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6일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은 어제 자신들이 택시 관련 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억지 주장을 폈는데 사실 이 법은 새누리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한 대표적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했다.

○ 국내 산업발전 관련 법안은 표류

정작 국내 산업발전과 관련한 법들은 줄줄이 국회에서 무산 또는 보류되고 있다.

한국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제출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형 증권사만 배불린다”는 정치권의 논리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다. 사실상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개정안 등 관련법 통과를 전제로 헤지펀드 운용 등 신규 사업을 준비해온 증권사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의 통과가 불투명해진 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조사 등으로 신사업 진출의 길마저 막힐 위기에 처해 증권업계가 사실상 빙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문병기·유재동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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