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선택권 제한하라… 욕망은 더 커진다

  • 동아일보

“100개 한정판… 이번이 마지막 기회… 극소수에게만 혜택”

1972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인(燐)이 들어간 가루비누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다. 반면 같은 주의 템파에서는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를 여전히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마이애미와 탬파 모두에서 쉽게 살 수 있었던 비누를 어느 날 갑자기 마이애미에서만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시간이 지난 후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마이애미 거주민들은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를 훨씬 더 좋은 제품으로 인식했다. 예전엔 손쉽게 쓸 수 있었던 비누를 못 쓰게 되자 선호도가 오히려 올라갔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심리적 반향(Psychological reactance)’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을 갑자기 누군가의 제재로 구입할 수 없게 되면 상실감이 커지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가치를 실제보다 더 크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더이상 나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것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한층 더 커진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10월 15일자)에 실린 심리적 반향 효과 활용법을 소개한다.

○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초콜릿이 더 맛있다?

초콜릿을 가지고 진행한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실험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시행됐다. A집단에는 “이것은 당신에게 드리는 ‘다음번(next)’ 초콜릿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5개의 서로 다른 맛의 초콜릿을 순차적으로 제공했다. B집단에는 1∼4번째 초콜릿까지는 “이것은 당신에게 드리는 다음번 초콜릿입니다”라고 A집단과 똑같이 말했지만 마지막 5번째 초콜릿에 대해서는 “이것이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last)’ 초콜릿입니다”라며 ‘마지막’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A와 B집단 피험자 모두에게 초콜릿을 한 개씩 먹을 때마다 방금 맛본 초콜릿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초콜릿까지는 A집단과 B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평가 차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다섯 번째 초콜릿에 대해서는 B집단, 즉 ‘마지막’ 초콜릿이라는 말을 들은 집단이 8.18점으로 A집단(6.26점)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똑같은 초콜릿이지만 ‘마지막’이라는 개념이 맛과 선호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이라는 메시지를 듣는 순간 더이상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초콜릿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더욱 커졌다. 이처럼 마지막을 알게 된다는 건 사람에게 강력한 효과를 미치고 인지적 정서적 변화를 유도한다.

○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게 하라. 그러면 가치가 증가한다

심리적 반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마지막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거나, 자율 선택권의 중요성을 지각하게 하거나, 희소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을 아쉬워한다. 스스로의 선택을 제한받으면 더욱 더 제품을 원하게 되고 희소해지면 더 갖고 싶어한다. 지금이 아니면 이 제품을 구매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구매의향은 자연히 올라간다.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역시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도 심리적 반향을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을 대할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제한하는 순간 가치가 급속히 증가한다. 소수에게만 제품과 서비스의 혜택을 제공하는 ‘한정판’ 출시는 대표적인 심리적 반향의 활용 사례다. 한정판 주화, 한정판 모자, 한정판 특산물 등은 모두 소수에게만 제품과 혜택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도 심리적 반향효과는 큰 역할을 한다. 지금이 아니면 더이상 기회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는 순간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2012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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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성장기업의 공통 DNA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성장은 모든 기업의 목표이자 모든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기업들은 뚜렷한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민첩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혁신이 녹아 있다. 다양하면서도 서로 연관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경영진과 전략, 가치가 매우 안정적이다. 공통의 문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충성스러운 인재와 고객을 놓치지 않는다.


공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 Economy of Pitfalls


화장품 회사가 나눠준 샘플을 써보고 용량이 많은 정품을 구매했다. 케이블TV 회사가 공짜로 제공한 영화를 한 달간 보고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정수기를 공짜로 얻고 대신 생수가 정기적으로 배달되도록 주문했다. 공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소비자는 공짜에 열광한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 심리를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짜 전략이 남발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자원이 남용되고 독과점이 심해지며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올라간다. 공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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