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불려나온 원자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감마선 쏘인 홍보용 골프공, 비거리 20% 향상 입소문
“6000만원 낭비” 지적에 원자력硏 “국회에도 많이 뿌려”

비거리를 최대 20% 늘려준다고 해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원자볼(Atomic Ball)’이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이 됐다. 원자볼은 골프공에 γ(감마)선을 쏘인 것으로, γ선의 영향으로 공 내부 분자가 중심으로 모여 일반 골프공보다 구심력과 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용섭 의원(민주통합당)이 17일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5년 동안 내부 방사선시설을 이용해 자체 제작한 원자볼 2만805개를 홍보용으로 배포했다.

이 의원은 “원자력을 홍보하겠다며 골프공 구입에 6000만 원을 썼지만 정작 원자력연구원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지 않다”며 “홍보용으로도 적합하지 않은 기념품 구매에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원자볼을 기념품으로 배포한다는 것을 아는 기관이나 관계자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며 배포 기준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이미 캐나다 업체 등이 원자볼 관련 특허를 갖고 있어 따로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하고 “원자볼이 일반인에게 원자력을 가장 쉽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 국산 골프공 업체와 계약해 비매품으로만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공 구입비를 빼면 원자볼을 만드는 데 별도의 돈이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 4개 세트를 1만 원에 산 뒤 이를 내부시설로 가져가 12시간 동안 감마선을 쏘인다는 것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원자볼 배포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의 업무나 성과를 홍보할 일이 있을 때마다 배포했다. 사실 원자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 국회에도 많이 뿌렸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원자볼#국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