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성장 현실화… 2%대 금리로 경기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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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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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중기 물가목표치도 2.5%∼3.5%로 수정

우려했던 연 2%대 경제성장이 현실화됐다.

이는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低)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세계경제 침체로 한국경제가 받게 되는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중앙은행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성장’ 공식 인정

그동안 성장률 3%는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다. 최근 국내 민간연구소 등에서 잇달아 2%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한은은 7월까지도 3.0% 성장률을 고수했다.

한은이 2%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들어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일자리는 약 7만 개, 세수 수입은 2조 원 줄어든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3.2% 성장률 전망치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고 미국 재정절벽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은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한은은 보도자료에서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로 경제침체에 빠지는 현상) 등 하방리스크가 우세하다”고 언급했다.

이런 이유로 경기가 침체 후 장기간 밑바닥을 헤매는 이른바 ‘L자형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내년에 새 정부가 내수 부양 정책을 쓰고, 올해의 낮은 경제성장률에 따른 기저 효과로 3%대 초반 수준에서 성장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한동안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리 낮춰 경기를 띄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2.75%로 낮춘 것은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7월에 기준 금리를 인하(3.25%→3.00%)했지만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당시에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게 주목적이었다. 이번에는 세계 경기침체가 국내 경기의 발목을 잡는 일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인 유럽과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벌써 타격을 받고 있다. 7월(―8.8%)과 8월(―6.2%)에 이어 9월(―1.2%)에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이날 내놓은 ‘2012년 4분기(10∼12월) 수출 전망’ 보고서는 4분기에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우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미국과 개도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8월 국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다.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등 민간주체의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는 8월 89포인트로 4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광공업 생산, 설비 투자, 건설 투자 등도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다.

한은은 이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은은 GDP갭률(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이 내년 초 상반기 ―0.3%, 하반기 ―0.1%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2013∼2015년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현행 ‘연 3±1%포인트’에서 ‘연 2.5∼3.5%’로 변경하면서 중심선(3%)을 없앤 것은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물가안정목표 상한선을 4%에서 3.5%로 낮춘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통화정책은 신축적으로 운용하겠지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물가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저성장시대#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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