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상 처음 6분기 연속 0%대 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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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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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1% 밑돌 것 확실”… 2차 오일쇼크보다 긴 불황, 4분기 반등해도 체감 제한적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오일쇼크 등 이전에 겪었던 어떤 경제위기보다 더 긴 불황에 빠져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충격을 받더라도 단기간 내에 오뚝이처럼 회복해 온 예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로 또다시 1% 미만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며 “사상 처음으로 1% 미만 0%대 저성장이 6개 분기(1년 반) 연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1∼3월) 1.3%였던 한국의 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같은 해 2분기(4∼6월) 0.8%로 추락한 뒤 올해 2분기(0.3%)까지 계속 1%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은 분기별 성장률을 1970년부터 집계하고 있으며 올 3분기 성장률은 이달 말 공식 발표한다.

이런 성장률의 장기 둔화는 한국 경제사(史)에 유례가 없던 현상이다. 1% 미만 성장률이 가장 오래 지속됐던 시기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79년 2분기∼1980년 2분기’와 카드사태 직후인 ‘2004년 1분기∼2005년 1분기’로 둘 다 5개 분기 연속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4개 분기, 1차 오일쇼크(1974년) 및 외환위기(1997년) 때는 각각 3개 분기 연속 0%대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성장률이 1% 이상으로 회복됐다.

정부는 경기가 조금이나마 반등할 시기로 올 연말을 지목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정감사에서 “3분기보다는 4분기(10∼12월)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을 것”이라며 “올 3분기가 바닥이 아닐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 차례 발표된 13조 원 규모의 재정투자 보강 대책이 4분기부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에 따른 성장률 상승폭도 최대 0.2%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경기 반전을 체감하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지금은 학자들도 고점, 저점 등 경기사이클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예전에는 경제가 깊은 골에 빠졌다가도 순식간에 반등하곤 했지만 이제는 얕고 넓은 저지대에서 못 벗어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한국 경제는 ‘3년 연속 4% 미만 성장’이라는 신기록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3.6%였던 성장률은 올해 2%대로 낮아진 뒤 내년에 3%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2008(2.3%), 2009년(0.3%) 한 차례 2년 연속 저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1980년(―1.9%), 1998년(―5.7%) 두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때에도 이듬해에는 성장률이 7% 이상으로 크게 반등하며 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정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수출 감소 등으로 한국 경제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국 경제#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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